작년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채는 4백 32억 8천만불이고 금년에 갚아야하는 원금과 이자액은 합쳐서 79억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인구를 4천만명으로 잡고 계산해 보면 국민 개인당 외채는 무려 1천 82불(약92만원)이고、금년에 갚을 돈은 1백 97불(약16만원)이되는 셈이다. 이러한 형편에 여러 나라에서는 우리의 수출품에 대한 규제를 강하하는 동시에、우리 정부에 대하여 수입을 자유화하라는 얍력하는 우리의 버릇과 마음은 그대로 있으니 외채는 자꾸늘고 국제수지는 계속해서 나빠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교회도 동참해야 할 때
외채에 대하여 걱정할 것이 없다고 늘 주장해오던 정부와 여당도 이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대책을 강구하는데에 신경을 쓰는 듯이 보인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외채가 더는 늘지말아야 한다는 견해를 표명하였다.신문들은 거의 매일같이 외채에 관해 쓰면서、외채의 증가를 막고 그것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조치에만 더 이상 의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국민 각자가 외제품 구입을 자율적으로 줄이는 생활양식의 변화가 요청된다고 호소하고있다.많은 여성단체들도「외제품 덜 사기운동」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신부 수녀가 外製좋아하는데
이러한 현실과 상황을 의식하면서 비교적 잘 조직되어 있고 합심을 잘 하는 가톨릭교회가「외제품 덜 사기운동」을 벌이는 것이 좋을지、혹은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각자가 알아서 처신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좋을지 궁리하여 보았다. 어떤 분에게 의견을 넌지시 타진하여 보았더니 그런 일에 가톨릭교회가 구태여 관여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분의 생각을 물었더니、가톨릭교회가 어느 정도로 적극성을보이자면 신부들과 수녀들이 호응해야 할텐데 신부와 수녀들은 되레 외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인식되어 있는 형편이니、그말을 섣불리 꺼냈다가는 비양거림만 당할 것이라고 하였다. 두번째 반응은 내게 약간의 충격을 주었다. 가톨릭교회의「외제품 덜 사기운동」에서는 신부와 수녀들이 선도적 역할을 맡아야 성사가 될 것 같은데、그들이 오히려 외제품 선호자들로 인식되어 있다니 낭패감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앞장서는게 信者된 道理
일차적 의견타진에서 내가 부정적 반응만을 얻은 것이 확실하지만、그래도 앞으로는 가톨릭교회가「외제품 덜 사기운동」을 서서히 추진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 그렇게 할 명분도 있다고 나 자신은 생각한다. 교회가 이 운동을 서서히 벌인다는 것은 주교단이 어떤 교서를 불쑥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신부와 수녀들이 먼저 개별적으로 외제품을 되도록 피하는 동시에 신자됨의 도리와 외제품을 덜 사는행위 사이에는 상당히 연관성이 있다는 얘기를 신자들과 의도적으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강론시간 교리교육시간 단체훈화시간 등을 종종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반상회도 좋은 기회일 것이다. 그러나 먼저 신부와 수녀는 외제품 선호자라는 세인들의 인식이 사실이라면 그것을 없애기 위한 효과적인 노력이 급선무일 것이다.
「외제품 덜 사기운동」을 벌이자고 내가 말을 꺼내지만、망설이게하고 주저하게 만드는 점들이 없는것도 아니다 . 우선 80년이후 짧은 기간에 누가 어떻게 일을 처리해서 외채가 두배로 증강하였는지 궁금증이 심하고、혹시 누가 외채의 상당액을 낭비하고 심지어는 유용하지 않았는가하는 의구심이 없지도 않다. 그 뿐 아니라 교회가 이 운동을 벌일 경우、현재의 정치체제에 대하여 바판적 자세를 버리고 지지자세를 취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줄까봐도 걱정이 된다.
교회가 현체제에 대하여 비판적자세를 고수하고 그렇게 인정받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국가와 현체제는구별되는 것
그러나 따지고 보면 정부나 정치체제는 민족이나 국가와는 구별되는 것이고 구별되어야 하는 것이다. 민족과 국가에 비하면 정부와 정치체제는 일시적이고 자주 바뀌는 것이므로 동일시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체제에 대하여 반대하는 행위가 반민족적이고 반국가적인 행위가 아니듯이 정부와 체제를 싫어하면서도 민족과 국가는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가톨릭신자들은 외국인과 외제품을 무조건 배척하는 극단적 민족주의자나 국수주의자가 되어서는 안되지만 민족과 국가를 사랑해야하는 것이다.
◆국채보상운동 주역도 신자
현재의 우리의 상황하에서는 외제품을 덜 사는 것이 민족을 사랑하고 민족의 장래를 아끼는 하나의 길이다. 과거에 가톨릭신자들은 민족을 아끼는 행위를 하여왔다. 한일합방 직전 조선정부가 일본에서 얻어온 외채를 상환하지 못하여 일본인의 온갖 수모를 당할 때에 국민들 자신이 외채를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의 주동자가 된 신자도 있었고 많은 신자들이 적극 협력하였다. 70년대에 가톨릭교회가 농민문제 노동자문제 인권문제를 놓고 정부와 실랑이를 하였던 것도 정부나 정치체제의 유지보다는 민족의 생활、장래ㆍ 발전을 더욱 걱정하였기 때문이다.
81년도와 84년도에 있었던 여의도행사에서 가톨릭신자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거나 주워감으로써 자부심을 느끼고 남에게도 좋은 인상을 줄수 있었던 이유는 그 행위가 민족의 생활환경을 아끼고 보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때처럼 우리의 행동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천주교인은 민족의 상황과 장래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마음을 갖고 그것을 실천해야 한다. 외제품을 덜 사는 것도 이상의 것과 마찬가지로 민족을 아끼고 사랑하며 걱정하는 중요한 행위이다.
◆쓰레기 치우던 단결력 모아
「외제품 덜 사기운동」은「진실한 신자가 되기 위한 운동」중의 하나라고 볼수도 있다. 이 운동은 사치를 피하고 처세에 허영심을 배격하자는 운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외제품을 사는 것은 바로 사치와 허세와 허영심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몰아치는 것은 분별없고 독선적인 주장이다. 사람들이 언제나 그런 삐뚤어진 마음으로 외제품을 사는 것은 결코 아니고 반대로 불가피해서、혹은 절약하고 실리를 위해서 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사치와 허세를 부리려는 마음 때문에 외제를 마구 사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물론 어떤 것이 진정한 동기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문제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고 말하고 싶은 것은 사치와 허세를 위해서 외제품을 사는 것은 민족에 대한 사랑에서 멀 뿐 아니라、신자됨의 도리에서도 크게 벗어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외제품에 대한 절제와 반성은 참된 신자가 되는 데에 필요한 조건이다.
오경환
<신부ㆍ프란치스꼬>
◇37년1월生
◇63년 사제서품
◇75년 미국 포담대학교서 사회학 박사학위 취득
◇現 가톨릭大 학장대행겸 신학부장ㆍ 교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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