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늦은 오후에 대구의 어느 교회기관을 방문했던 때의 일이다. 약속시간보다 약간 이르게 도착한탓으로 만나기로 돼있던 그곳 책임자는 자리에 없었다. 대신 여섯평 남짓한 방안엔 다섯명의 여직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과 잠시 얘기를 나누는 동안 4명이 혼기를 놓친 아가씨들임을 알았다. 시체말로「노처녀」인 셈이다.
부활절을 지나면서 성당은 물론이고 시내 예식장에서는 부쩍 많은 결혼식이 성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결혼시즌에 접어들면 장성한 딸을 가진 신자 가정에선 신자신랑감을 구하기가 힘들어 걱정이 태산같다는 소문을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다.
완고한 신자가정에선 신자 사윗감을 고집하다가 그만 딸의 혼기를 놓쳐버리는 일을 가끔 목격할 수 있다.
84년 12월말 현재 국내 신자 총수 1백 85만 7천여명중 여자신자수가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교회의 여성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현실이고 보니 신자 신랑감을 구하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닌 것 같다.
다행히 요즘 관면혼배 조건이 많이 완화되어 그래도 해결의 길은 열려있지만 미덥지 못한 것은 여전하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대부분의 미혼신자들은 신자 배우자를 찾으려고 애쓰다 안되면 그냥 관면혼배를 선택해 버린다는 것이 일선 본당사목자들의 경험담이다. 그래서 해마다 관면혼배자의 숫자는 증가하고있는 실정이다.
관면혼은 그 나름대로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전교의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잘못하면 신앙을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일부 사제들중에는 관면혼으로 미신자 배우자를 맞으면 냉담할 우려가 있다고 해서 결혼적령기의 처녀들에게는 세례주기를 꺼려한다고 한다.
문제의 어려움에 처해있는 신자 신부감의 구출(?)을 위해서 어떤사제는『가톨릭언론기관 같은데서 결혼상담부서를 설치하는 것도 좋지않겠느냐』고 제의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교구나 본당차원에서 신자처녀들을 신자총각들과 짝을 지어주는 적극적인 사목적배려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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