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묵은 때 대신해
지하철입구나 거리모퉁이에서
새롭게, 새롭게 자리하는
너의 모습앞에서
편치않은 다행에 대하여
고백할 마음대신
죄많은 손으로
반짝이는 동전 하나
집을수 있다
꽤 많은 채무를
한푼의 양심으로 때울 때에도
항상 나는 과묵하고 점잖다
도도한 물결로 소외된
흥분으로 얼굴 붉힐 때
너는 친절히도
고개숙여 먼 곳을 본다
친구여
이렇게 부를 권리가
내게 있다면
그것은 이세상을 지나쳐
그것은 이세상을 지나쳐
어디론가 함께 돌아 간다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만남은
너의 죄가 아니지, 나의 죄도 아
니지
조금은 편하게
모두가 거지가 되기 보다는
몇이 운명지어지는 것이 낫다는 우리
모두의 죄일까
아직도
너의 겸손함은
너무도 낮고
나의 뻣뻣함은
턱없이 높다
욕심으로 닳아 빠진 동전 하나
항상 비어 가는
너의 빈 그릇에 떨굴 때
그소리 맑은 공명
그릇안, 동전 몇 개의
우리들은 기억할 것이다
너의 거적은
나의, 우리의 죄를 대신한
속죄의 표징이라는 것을
너의 그 더러움이
바로 우리마음의 더러움이며
너의 빈그릇은
항상 못다 채워라는
우리의 욕심이기에
그 어데론가 돌아가
내밀 부끄러운 빈 그릇이라는 것을
박형빈<서울도봉구미아1동703의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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