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그 신도의 반 이상이 여성이라고 볼 때 여성의 종교교육을 등한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교회는 여성의 종교교육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배려하며 또 얼마나 많은 종교교육 시설을 허용하고 있는가에 대하여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신심생활에「맹종」익숙
사실 교회는 지금까지 여성종교교육에 대해여 거의 무관심했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니다. 그리고 생활과 신앙이 동떨어진 채 비판과 판단없이 맹종하는 신심생활에 익숙해진 것이 대부분 한국 여성들의 신앙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수녀양성교육에서도 세상과 복음의 긴밀한 관계를 잇지못한 채 복음삼덕이 다만 수도가족공동체 형성을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감도 적지않게 나타난다. 이와같이 한국여성들의 신앙관이 인습에 젖은 생활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얼마 전에 우리는 한국교회 창설 2백주년 사목회의 기념에서 3백년을 바라보는 교회상을 제시하면서 여성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교회는 실제로 어떻게 여성의 종교교육을 실천해야 할것인가에는 아무런 대책도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여성지위도 향상시켜야
敎會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교회안에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켜야 할것이며 또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여성들의 인습에 젖은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삶의 자세를 이끌어주기 위해서라도 교회는 여성의 종교교육을 소홀히 할 수없다. 그런점에서 여성의 종교교육은 인간과 역사의 의미를 부여하고 형성하는 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날 역사속에서 본다면 우리 한국여성들의 삶이 哀와 恨으로 표출되고 있다. 우리 여성들은 이 哀恨의 삶에서 해방되고자 종교를 갖게된다. 여성의 본성은 본래 선을 갈망한다. 그러나 이지상의 어떤 선으로도 여성의 마음을 충만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여성은 공허하고 허무하며 또한 무상함을 느끼게된다. 여성은 공허하고 무상한 마음을 달래고 채울수있는 이가「하느님」뿐이라고 믿으며 그 때문에 여성의 신앙은 바로 여성자신의 영혼구령과도 직접 관련되고 있다.
◆기복적인 신앙관 두드러져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여성들의 신앙이 과연 어떠한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여성들의 신앙은 아직도 감성적이고 기복적인 면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기복적이고감성적인신앙관은 개방적일수없고 편파적이며 배타적이고 폐쇄적경향을띤다. 뿐만아니라 비판력과 판단력없이 광신적으로 기울어질 경향이짙다.
그래서『여성은 태어나서 길러져야 한다』고 시몬느 베이유가 말했다면 여성의 신앙관 역시 종교교육을 통해서 길러져야 한다. 「길러져야 한다」면 그것은 이성과 의지형성이다. 이점에서 여성의 종교교육은 개방적인 인간정신이며 비판력과 판단력을 갖는 능력배양이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의 기초없이 복음의 말씀만 앞장 세운다면 과연 그러한 맹종의 신앙이 현실을 바르게 진단하고 이해할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실을 바르게진단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다면 현실에 몰두하거나 현실을 도피하는 두 가지 형태의 여성신앙관이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여성의 신앙관이 지극히 광신적인 것이 될 수 있는가하면 지극히 폐쇄적일수있게된다. 이와 같은 폐쇄적이고 광신적인 신앙관은 자기보호나 자기중심밖에 되질 않는다. 이렇듯 자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신앙관이 어찌 하느님말씀을 선포할수 있으며 어찌 하느님 사랑을 실천한다고말할수 있겠는가.
◆聖ㆍ俗 만남 통해 참종교 체험
제2차「바티깐」공의회가 현대라는 사실과 특징자체를 하느님 사랑으로 이해하고 변형시키기 위해「현대화」라는 작업을 내세웠다. 옷의 모양이나 색깔만 달리 같아 입은 그 자체가 現代化는아니다. 진정한 現代化란 세상을 포용하기 위한 마음의 靜化다. 마음의 정화는 열려야한다.
마음을 열지 않고서 사회나 교회의 靜化가 있을 수 없다. 닫혀진 마음들을 두들겨 깨야한다. 깨는 과정에서 고통과 진통이 있을수 밖에 없다. 우리 속담에「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는다」고 하듯이 이러한 진통과 고통 때문에 문을 닫을 수 없다. 공의회 이후 지금까지 모든 수녀원들 역시 세상의 문제점을 걱정하고 배려하기 보다는 자기자체의 문제들에서 더 많은 진통과 고통의 과정을 겪었으리라 생각된다. 때로는 자기를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체 폐쇄하는 경행마저 짙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특히 시대적 요청에서 여성의 현실참여가 능독적으로 요구되는 이 시점, 특히 수녀님들이 자기들의 聖의 집단의식에서 벗어나 俗의 영역을 포용할 사랑을 개방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이가 聖과 俗의 만남을 통해서 참다운 종교를 체험하도록 문을 열어야 할 것이다. 사랑은 개방이기 때문이다.
김정희 <빅또리아> <전남대 사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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