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못보는 맹인 O씨(31세ㆍ베드로)는 주일에 미사 참례하면서 곤혹을 치뤄야 한다고 했다.
집에서 버스 타는곳까지는 익숙한 길이라 안내자의 도움없이도 쉽게 다닐 수가 있다. 그러나 정류소에서 성당 가는데까지가 문제이다.
버스 번호를 볼수 없기 때문에 안내양에게 묻기도하고 또는 주위의 사람들에게『죄송하지만 XX번이 오면 가르쳐달라』고 말하지만『예』대답하고는 아무말없이 그냥 가버리는 사람도 있고 잘못 가르쳐주는 사람, 아예 대답도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다보면 어떤 경우에는 거의 한시간씩 버스를 기다리고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한다. 그래서 미사에 늦지않기위해선 일반 사람들보다 30분이상씩 일찍 집을 나서야만 한다고 했다.
버스에서 내려 성당까지는 약 5분거리. 인도와 차도가 뚜렷하게 구별돼있지않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치다보면 파놓은 하수구에 빠지기도하고 옆에 세워둔 자전거에 받치기도 한다. 길 갈때는 초긴장 상태에 촉각이 곤두서기마련이란다.
미사에 늦지않게 성당에 도착하지만 성당안에서도 어려움은 마친가지. 남들이 앉을 때 서는가하면 특히 봉헌때와 영성체 시간이 가장 큰 고민이다.
『어떻게 헌금을 하러 나가지. 내 자리에는 무사히 찾아와앉을수 있을까』몇번씩 자리를 잘못 찾아 남의 자리에 앉아왔기때문에 봉헌때와 영성체 시간에는 또 실수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언제나 앞서곤한다.
아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옆좌석에서 친절하게 봐주는것도 아니다. 이런가운데 5년을 넘게 성당에 다니고서야 어느정도 전례에 익숙해지고 큰 어려움 없이 혼자서도 가능해졋다는 O씨는 이렇게 힘들게 미사에 참례하지만 집에 오면 기쁜 마음으로 한주일을 시작할수있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성당에 나온지 얼마안되는 동료 맹인들중에는 『미사중에 자꾸 실수하느니 아예 성당에 안나가겠다』는 경우가 많다고 밝히는 O씨는『지나친 관심이 우리들의 자립심을 혹시 해칠지도 모르지만 너무 무관심한 것도 열심히 살려는 우리들의 의욕을 꺾어놓는일』이라고 아픔을 호소했다. 19일은 서울대교구의 제 5회 장애자주일이다. 장애자들의 이 조그마한 아픔들을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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