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당신의 계절 빛나는 오월입니다. 이른 아침에 잠이 깨어 눈을 뜨면 어김없이 내려다보시는 당신입니다. 당신 대전에 바친 진달래는 아이가 산에서 꺾어온 것입니다. 원죄없는 당신의 품에 해마다 장미를 바치려고 그리도 애씀에 팔딱거렸던 작은 이 가슴을 만져주시겠습니까?
그러나 어머님.
정작 바쳤던 장미는 시들어버리고 화사한 햇살아래 가슴은 텅빈 죄인입니다. 떠나는 마음으로 집시처럼, 나그네처럼 그렇게 사는 벌레마냥 들뜬마음을 채우려해도 밑없는 항아리 같이 비어있는 가슴이 메이어 옵니다.
어머님!
내 소녀시절에 찢어진 눈이 쬐끔이라도 내려갈까하여 아무도 없는 다락방에서 두눈에다 반창고를 붙이고 잔적이 있음을 당신에게 고백합니다. 人生은 얼굴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삶은 마음이란 것을 서서히 깨달음은 바로 연륜이라는 세월이었습니다. 찬바람이 간간히 불적마다 나뭇가지는 어김없이 흔들렸지만 쉬임없이 동요치 않는 뿌리는 제 믿음이 땅 깊이 파묻혀 있는 까닭에 겉으로 태연한 석상(石像)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거늘 10년이 훨씬 넘은 저의 믿음의 연륜은 신앙의 뿌리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왜 머리와 입술과 가슴이 함께 살아가지 못합니까?
어머님!
부자로는 살 수 없지만 행복하게 살것이라고 내 손금을 읽어주던 처녀시절의 노파말을 잊어버리지 않고 봄이면 새삭돋듯 연풀잎 색깔을 띄고 쭈삣쭈삣 기억해내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조금 산다고해서 아이들의 과자까지 수입품에서 골라오는 허영들이 아니꼽다며 다시는 가고싶지 않은 곳이라고 외면하는 저의 못된 망아지 고집도 용서해주십시오.
어머님.
당신앞에 고개 숙일적마다 내 영혼이 상한 고기냄새를 풍길까 두려워 소금을 받고자 함입니다.
당신을 생각할적마다 내 영혼이 나래펴고 훠이훠이 고운빛을 받고자 함입니다.
어머님
사랑하올 어머님
내 모든것이 또한 당신것이라고 모든것을 바치고자 당신발아래 잇던 옛 병사를 불러주십시오.
거울앞에서면
꿉꿉한 미역처럼 부끄러운 모습이 저만치 서있고 아직도 밖에선 샛바람이 요란한데 제 가슴엔 못다한 기도의 묵주알이 걸려있습니다.
김연희
<경남 의창군 천가면 대항리 대항보건질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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