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을 연재하면서부터 주위에서『신부가 뭐 맨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사랑타령이냐』는 핀잔을 받곤한다. 하기사 금주의 인기가요를 방불하는 노래제목으로 일관했으니 그런 말을 들을 법도 하다. 그러나 사랑빼면 쓰러지는 것이 인생사 이고 신부생활임에는 틀림없다. 사랑 때문에 사랑을 포기하고 사랑을 선택한、그리고 한편으로는사랑이 너무 잘되어(?)고민이고 또 한편으로는 사랑이 너무 어려워서 갈등을 느껴야하는 인간이면서 신부일수밖에 없는 사람만이 겪는 이 사랑의 이중적 소외(?)를 독자들은 아는가 모르는가?
매년 성소주일의 복음을 읽을때마다 가슴이 뜨끔함을 느낀다. 『착한목자는 자기양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도 나를 안다』올해는 내본당의 여건상 더 뜨끔함을 느꼈다. 그래서 오히려 시치미 뚝 떼고 큰소리로 신자들을 위협(?)했다. 훌륭하고 똑똑한 아들을 잘키워서 하느님께 바쳐야지 그렇지 않으면 나 같은 부족한 본당신부 면키 어렵다고 말이다. 도둑이 제발 저리다더니…그래서 나에게는 사제이기 때문에 체험할수 있었던 사랑에 대한 뜨거운 추억이 없지는 않다.
몇년전인가 본당청년들 2백여명들이 끌고 결핵환자촌인 용문「희망의 집」으로 5박 6일 하계봉사를 떠난적이 있었다.
『나를 따르려는 자는 누구나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는、항상 머리에서만 그럴듯하게 뱅뱅돌다 끝나버리는 신앙의 신비를 몸으로 체험해 보는자 비장한 결의를 가지고 이끌었던 행사였다. 떠나기 전날 나는 참가자전원을 모아 놓고 전대미문의 비민주적 절대권을 선언 하였다. 5박 6일동안은 모든 일과진행에 있어 왜냐는 이유를 묻지 말고 기쁘게 따를수있는 사람만 떠날 것을 요구하였다. 단 5박 6일이 끝나고는 어떠한 질책과 호된 평가도 받아들이겠다는 전제하에…하여튼 2백여명의 젊은이들은 전폭적으로 나를 신뢰하여 주었고 나와의 약속을 철저히 지켜주었다. 늦잠자는 사람도、꾀부리는 사람도、불평을 하는 사람도 없이 하루하루가 지남에 따라 희생은 참기쁨과 보람으로 변하였고 아름다운 사랑과 웃음이 넘친분위기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무르익어 갔다. 함께 노동하며 기도하며 어느새 나는 전대미문의 독재(?)를 선포한 강력한 지도자에서 그들중의 하나로 자랑스럽게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분위기속에서 나는 매일 새벽미사를 그렇게 기쁘고 실감있게 드려본 적이 없다. 함께 어려움과 삶을 나누는 체험속에서 하느님 말씀에 대한 강론이 그렇게 준비도 없이 쉽고도 공감가는 힘을 발휘하는 놀라움도 처음 느꼈다.
그때 내가 울먹이면서 했던 강론 한토막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있다. 진정으로 사랑을 고백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태 여러분에게 그저 습관적으로、사랑하는 젋은이 여러분하고 말해 왔지만 오늘 나는 여러분들에게 진정 사랑한다는 말을 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와 젊은이로서는 반발하고 싶은 심정도 많았을 텐데 신뢰와 사랑으로 기꺼이 따라주는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젠 여러분을 진정 사랑할수 있을거 같은 용기와 확신이 섭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어주고 위해주는 우리의 이 모습이 바로 크리스찬 젊은이 공동체의 실현임을 고이 간직합시다. 그리고 이것은 이상이 아니고 가능한 현실임을 잊지않도록 합시다.』오늘도 나는 사랑에 괴로와(?)하는 젊은 사제이다. 어떠한 환경、어떠한 사람 앞에서도 감히 이젠 사랑할수 있어요를 말할수 있는 날이 과연 내게 올지…. 그래서 이글의 제목도 사실은 나에게 걸맞지 않은거 같다. 차라리 이렇게 고치자.『아직도 사랑할수없어요. 주님 도와 주세요』라고 말이다.
홍인식 ⑤ <神父ㆍ금촌본당 주임>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