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간「예수님의 형상 사건」으로 많은 신자들이 몸살을 앓았다. 마치 열병이 순회하고 지나간 분위기였다. 소문을 눈으로 확인코자 논현동성당으로 몰려든 사람들은「나무결의 자연스런 무늬가 만들어낸 조화」임을 쉽게 믿으려 하지않았다. 아니 믿고싶지 않은듯 했다.
소문이 시작된지 하루가 채 못돼 지방 각 지역에서 왔다는 신자들이 물어물어 논현동 성당을 찾았다. 서울지역 신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모 일간지에서는 이틀간에 모인 인파가 1만여명이라고 집계했고 또 어떤 신문은『예수형상 나타났다 소동』을 기사의 제목으로 달아 열풍의 강도를 꼬집기도 했다.
9일 오전、문제의 강론대는 서울대교구청으로 옮겨졌다. 운반된 강론대가 눈부신 햇살아래 그 모습을 선명히 드러냈을 때 자리에 있던 몇몇 사람들은 나무의「옹이」(나무의 몸에 박힌 가지의 그루터기)와『결』에 의한 놀라운 조화에 감탄했을 뿐 그 모습을 예수님의 형상으로는 생각지 않았다. 물론 분위기에 따라 신비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고는 말들 했으나 예수님의 현신으론 보지 않았다.
신자들의 성화와 강요(?)에 못이겨 현장을 찾았던 신부들도 한결같이 나무의「옹이」와「결」이 우연한 조화를 이룬 것이라면서 아무리 신자들에게 이끌렸다지만 현장까지 가야했던 자신의 입장을 쑥스러워했다.
결국 강론대의「이전」은 잘못된 소문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교구청과 논현동성당이 공동으로 도달한 결론이었고 무안함과 허전함만 남겨놓은채「소문」은「소동」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제 열풍의 시간은 지나갔다. 그러나 사건전개를 지켜보면서「혹시나」기대를 걸었던 취재기자로서의 부끄러움은 쉽게 가셔지질 않고 있다.
논현동성당 강론대의「사람형상」說은 이미 수년전부터 얘기가、있었던 것이라 한다. 그 형상이 왜、어느날 갑자기「예수형상」으로 둔감、파문을 일으켰을까. 그곳을 다녀온후 병이 나았다는 사람의 얘기는 또 어쩌다가 떠돌게 됐을까. 시대가 하도 험하다보니 사람들의 마음이 虛해서 그런것일까.『우리신앙 문제있다구』. 불쑥 던지는 K신부님의 말씀이 충격처럼 가슴에 와 닿는다. 그래! 이 기회에 우리의 신앙을 해부해보자고 교회당국에 건의나 해봐야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