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논현동성당에 예수님이 발현하셨다는 소동(본보5월19일자 4ㆍ7면)은 근래 보기드물게 교회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킨 해프닝이었다. 『강론대에 예수님 우시는 모습이 보인다』는 한 여신자의 잠꼬대같은 한마디가 시발이돼 꼬리를 물고 일어난 파문치고는 결코 가볍게 넘길수 없는 사건이었다.
결국 이 사건은 강론대의 사람 얼굴형상이 나무의 옹이와 결이 만들어낸 조화에 불과하다는 해석을 내리고 문제의 강론대를 서울대교구청으로 옮김으로써 일단락되긴했다.
그러나 소위「예수발현」현장을 목격하기 위해 5월 7ㆍ8일 이틀간 전국서 1만명이상의 인파가 모여든데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문제의 강론대를 재빨리 교구청으로 옮겼으니 망정이지 그 자리에그대로 두었더라면 연일 구름떼처럼 몰려들지 않았겟는가 참으로 아찔한 생각이 든다.
이번 소동으로 논현동본당은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본것으로 알려졌다. 본당신부는 정해진 시간에 성무를 집행하지도 못하고 곤혹을 치루어야 했으며 본당신자들은 외래 객들을 안내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그뿐인가. 성당안은 마치 시장터를 방불케하고 성당주변의 교통혼잡은 이루 말할수 없었다.
더욱 가슴아픈 일은 발현현장을 목격하러왔던 한 어린이가 성당앞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불상사도 있었다고한다.
물론 인간의 심리상태로 볼때 새롭고 기이한 현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는 행위자체는 이상할 것이 없다. 오히려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볼 수있다. 특히나 기이한 현상자체가「예수발현」이라고 할때 인파가 몰리는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볼수있다.
우리는 예수님 생존시에 설교를 듣기위해 몰린 군중이 남자만 오천명을 넘었다는 성경내용을 익히 알고있기 때문이다.
교회사적으로 볼때 예수님은 몇몇 성인(聖人)들에게 나타나셔서 메시지를 남기셨다. 성모 마리아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그런 예수님이시기에 우리 한국땅에도 발현 못하실 이유는 없다. 문제는 발현을 받아들일 수 있는 대상이 있는가에 달려있다. 그분이 가르치고 당부하신 삶은 살지 않으면서 그분을 뵙겠다고 먼 길을 애써 찾아나서는 몰염치를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하겠다. 매일 매순간 가까운 내주변에서 발현하시는 예수부터 찾아나서야 겠다. 소동현장에서 『우리 신앙 문제있다』고 지적한 어떤 신부님의 말씀처럼 『문제있는 신앙』을 재검토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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