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자에 여러번 가보았지만 직접 주인의식으로 참가하기는 처음이다. 부산교구 대연본당에서 분가해 남구 감만동 산꼭대기에 자리잡은 석포본당은 큰 강당정도의 임시성당에서 매주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각 가정마다 형편대로 건립기금을 책정한 석포본당은 모자라는 금액을 충당키위해 4월 21일과 28일 석포성당과 대연성당에서 각각 바자를 열기로 했다. 우리 바다의 별 쁘레시디움에서는 국수장수를 맡았다. 처음 통고를 받고 바자날이 다가올 때까지 내내 걱정이 되었다. 식당이 마련되있지 않은 상태에서 가능할지? 근심중에 그날이 다가왔다. 너무도 열성적인 단장 부단장님은 밤샘을 하면서 바늘꽂이 등을 만들기에 바빴다. 전날 시장을 보고 음식을 장만하고 분주했다. 모두 한복에 앞치마를 착용키로 했기에 장농구석에서 한복을 챙겨내 머리맡에 개놓고나니 꼭 어린시절 명절을 맞는 기분으로 좀처럼 잠이 오지않았다『주님 내일 무사히 일을 치룰수있게 도와주소서』기도 속에 잠이 들었다. 깜짝놀라 눈을 뜨니 5시반이었다. 나는 분주히 아침밥 준비를 딸아이에게 시켜놓고 한복을 차려입은 다음 6시에 단장님과 약속한 장소로 갔다. 참으로 신이났고 발걸음도 가볍기만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사목위원님들이 밤샘을 하며 쳐놓은 포장이 바람에 다 날아가버리고 꾸며놓은 식단은 엉망이었다. 우리는 화덕에 불을 피우고 다시 식탁을 정돈하고 솥걸이부엌을 만드는 등 법석을 떨었다.
사목위원님에게 아침식사를 준비해드리고 열시미사가 가까워오면서 티켓이 바쁘게 들어오고 미사후에는 눈코 뜰새없이 바빴다.
국수를 삶는 일을 맡은 나는 천막도 없는 땡볕에서 불을 지펴 국수를 삶기가 고역이었으나 어쩐지 마음이 들떠 고된 줄 모르고 신바람이 났다.
다행히 상쾌한 날씨에 입구에서부터 차려놓은 상품들이 제법 어울리는 시장판을 만들었고 구석구석 웃음소리와 함께 서로 자신들의 상품을 선전하는 고함소리가 장날을 연상케 했다.
기대밖으로 행사를 성황리에 끝낸 우리는 저녁미사를 마치고 정리를 한다음 집으로 돌아갔다.
피로가 좀 풀리는듯 하자 그 다음 주일에 대연성당에서의 바자날이 다가왔다. 한번 해본 경험이 있어 음식도 두배로 장만하고 식당시설이 좋아 더 잘해내었다.
두차례 큰잔치가 벌어졌지만 아무탈없이 기쁜마음으로 끝낼수있었던 것은 주님께서 함께 해주신 덕분으로 믿고싶다.
주임신부님의 그 젊은 혈기와 넘치는 열성에 우리 신자들이 열심히 뒤에서 밀고 나간다면 꼭 목표는 달성되리라 확신하고싶다.
우리가 땀흘려 쌓아올린 벽돌이 우리 후예들에게 더많은 수확을 거둘수있길 예측하면서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부산 석포본당 바다의별 쁘레이시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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