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복사하면서 나에게는 야릇한 컴플렉스가 하나 있었다. 자랑할 것이 꽤나 없었던 시절에 조금은 영악스러웠던 복사 친구들이 자기의 영명 성인들을 마치 자기라도 되는양 으시대며 떠들어 댈때 나는 항상 기가죽어 가만히 있을수 밖에 없었던것이다.
『야、나는 베드로인데 예수님 다음으로 최고 높은 사람이래』『아니야. 우리엄가가 그러는데 바오로가 제일 화끈한 사람이었대. 베드로하고 싸워서 이긴적도 있다니까』『너네들 무식한소리 작작해라. 예수님이 제일 사랑했던 제자가 바로 요한이라구 베드로는 우리 선생님을 버리고 도망간 비겁장이였고 바오로는 예수님을 박해하던 사람이었지만 요한은 죽음을 무릅쓰고 십자가 밑에 까지 따라간 용감한 사람이었단 말야』제법 줏어들은 지식을 총동원해서 자기 선전에 열을 올리는 아이들옆에서 나는 나의 무식을 통탄하지 않을수없었고 별로 유명하지 않은 영명을 지어 준 어머니와 어감도 그리 좋지않은 마티아 사도를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쳇、왜 하필 별 볼일 없는 마티아야. 이왕이면 예수라고 지어줄 것이지. 그러면 이녀석들 으시대는 코를 납작하게 해줄수 있을텐데 말이야』이렇게 해서 그날부터 나의 마티아 연구는 시작되었다. 그러나 내가 얻은 결과는 참담한 실망뿐이었다.『아、차라리 알지나 말것을…』가장 큰 충격은 마티아가 또 뽑기를 잘해서 그저 운좋게(?)뽑혔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유다스같은 배반자의 자리를 메꾸기 위해서 핀치 히터로 말이다. 개명 운동을 벌이다 외부의 압력에 굴복하고 나는 비장한(?)결단을 내렸다. 아이들에게 큰소리 칠수 있는、그리고 그들의 기를 탁 꺾어 놓을수 있는 꺼리(?)를 만들어 보자는 약간은 사기성이 농후한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하여간 이렇게 해서라도 나는 잠시나마 복사 녀석들에게 큰소리 칠수 있었고 아이들의 기를 꺾어 놓을수 있었으니까…『너네들 마리아가 누군줄알지? 예수님의 어머니라구 어머니! 마리아가 없었으면 예수님도 없었단 말야、그런데 우리 마티아 사도는 그 마리아 하고 친척뻘 된대. 자、보라구、마리아 - 마티아 아주 비슷하잖아』매년 나는 나의 수호 성인인 마티아 사도의 축일을 맞으며 어처구니 없는 마티아 예찬론을 우겨대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고 웃음 짓곤 한다. 그리고 좀더 성서적으로 나의 수호성인을 자랑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 하며 마티아 사도께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사실 예비자 교리를 다시키고 영세명을 정하게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요즈음엔 많은 사람들이 영세명으로 수호성인을 선택할때 어처구니 없는 선택기준이 휭행하는 것을 보고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신부님、제일 예쁜 이름으로 지어 주세요 (대개는 못생긴 사람들이 이런 주문을 한다는 통계가 있다)라든가『말가리다는 어감이 안좋아서 싫어요(말대가리와 비슷하다나)』뭐 이런식이다.
어떤 사람은 희소가치를 따지는지 희한하고 없는 영명을 요구하기도 한다. 글쎄、이런 풍조에 문제없다고 말할 독자들이 있을까? 난은 목숨을 바쳐서 까지 고귀한 일생을 살아서 성인이 되었는데 세금도 안내고 허락도 없이 마구 그 이름을 취할수 있는 우리들은 이래도 좋을지…독자들도 이 기회에 자기수호성인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나는 올해도 마티아 자랑을 서슴없이 늘어놓는다.『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베드로나 안드레아 야고보같은 사도들은 예수께서 그냥 지나가시다가 얼떨결에 눈이 마주쳐서 마구 뽑은 제자지만 우리 마티아 사도는 성령께서 심사숙고 해서 뽑은 유일한 제자라구. 더우기 나 요즘 시대는 성자의 전성시대가 아니고 성령의 전성시대니까』
홍인식 ⑦<神父ㆍ금촌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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