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예수 부활 대축일에 진도실내체육관 주차장은 취재차량들로 가득 찼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언론사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기사도 쏟아졌다. 기자들은 어떻게든 다른 언론사에서 보도되지 않은 것들을 알아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가뜩이나 심적으로 지친 유가족들에게 기자들의 무례함은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그들이 들이대는 마이크는 마치 비수와 같았다. 더욱이 유가족들이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보도들이 나오자 기자들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커져갔다. 결국 유가족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몇몇 언론들만 상대하겠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렀다. 세월호에 관련된 기사가 점차 줄기 시작했다.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관심을 보이자 잠깐 세월호 관련 기사가 늘었지만 추석이 지나자 다시 조용해졌다. 2015년 새해가 됐지만 여전히 세월호 침몰 진실 규명은 멀고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애가 탄 유가족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전국 곳곳을 돌며 강연회를 갖거나, 삼보일배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취했지만 언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유가족들은 점점 지쳐갔다. 유가족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 것은 근거 없는 뜬소문들이었다. 진실을 알려줄 언론은 침묵한 채 가만히 있었다.
사순시기 중 세월호 관련 취재를 위해 유가족을 만났을 때 “잘 부탁한다. 진실을 꼭 알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토록 싫어했던 기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까.
세월호 유가족들은 결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 고통이 마치 우리와 그들이 전혀 다른 것처럼 느끼게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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