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멋진 질녀가 있다. 그 질녀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뭐든 도와주고 싶다. 세속적으로 보면 질녀는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다. 남자들이 우세한 직종에서 국내 최초 기록을 경신하는 여성 리더다. 게다가 얼굴도 엄청 예쁘다. 키도 크다. 날씬하다. 강남 산다. 아들도 딸도 있다. 남편도 대기업의 간부다. 양친도 시부모님도 다 살아 계신다. 이 시대 행복 조건을 헤아려 볼 때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일상의 행복과는 좀 거리가 있다. 맏며느리에다 세 자매의 맏이다. 해외 출장도 잦다. 그러니 늘 바쁘다. 도대체 자기 시간이 없다. 제대로 된 피정한번 다녀온 적이 없다. 그런데 친정이 별로다. 경제 사정이 매우 곤궁하다. 그런데도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노부모를 극진하게 모신다. 10년이 넘었다.
작년에 교황님께서 방한하셨을 때 있었던 일이다. 질녀는 어느 날 갑자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주례하시는 미사에 참석하고 싶다며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긴급으로 여기저기에 협조를 요청했다. 내 대신 자리를 줄 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한 단체에서 긍정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하여 질녀는 교황님 바로 옆쪽 자리에 앉아서 미사를 드릴 수 있었다. 현직 교황님과 125위 복자들과 함께 하는 뜻밖의 대미사를 봉헌한 것이다. 그것도 재수생인 자기 아들을 곁에 데리고서다. 그 후 질녀는 열심히 하는 신자가 되었다. 아무리 바빠도 기도나 미사 참례를 거르지 않는다. 회사에서 교우회를 조직하여 회장까지 한다고 한다. 오늘도 나는 질녀의 성화와 행복을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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