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안녕?
요즘 한동안 따뜻하여 봄이 다 온 것 같았는데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기운이 여전하구나.
지난 저녁 너희들을 위한 일주기 추모미사가 화랑유원지 야외음악당에서 열렸단다.
미사를 봉헌하고 추도식에 이어 촛불을 들고 행진을 한 후 너희들의 영정이 걸린 추모식장을 들렀단다.
어쩌면 작년 그대로 하나도 변한 게 없더라.
여전히 너희들은 우리 마음속에 살아있고
우리는 한 게 없어서 미안하고
내가 살아 있음에 부끄럽고
우리의 말이 허공 속에서 사라짐에 두려워 몸을 떨었단다.
이곳은 왜 이렇게 추울까?
작년 여름 반소매 옷을 입고 온 날도 한기와 오한을 느꼈었는데
너희들은 어떠니?
아프고 슬프고 억울하지. 무서웠지.
미안해, 한 해 동안 한 게 없어. 정말 미안해.
머리를 삭발하고 그 뜨거운 길 위에서 엎드리고 기고 걸었건만
오히려 조롱과 멸시를 당하기도 했지.
지난 4월 5일은 부활 대축일이었어.
모든 새싹들이 죽은 나뭇가지에서 피어나고
마른 흙을 뚫고 머리를 뾰족 내밀었건만
너희들은 우리 마음속에서만 피어나는구나.
그래, 그렇게라도 피어다오.
아주 잊는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이니?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지네.
펑펑 울었으면 좋겠는데 그저 침만 삼키고 굵은 눈물만 떨어지네.
친구들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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