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홍빛 꽃들이 뚝뚝 떨어집니다.
아우성치고 싶었습니다.
삿대질하고 싶었습니다.
어둠속으로 명멸(明滅)해간 이들은 아무 말이 없습니다.
‘사랑해’라고 묘비(墓碑)에 쓸 수가 없습니다.
사랑은 끝까지 지켜줘야 하는 것.
하얀 국화 앞에 놓으며 말로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침묵의 적(敵)은 침묵.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나는 모르겠습니다. 두 손 불끈 쥐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추모공원(追慕公園) 돌아 나서는데
가장 큰 이가 가장 큰 침묵으로 부끄럽게 하십니다.
지난해 4월 16일 아침, 우리에게는 너무나 슬프고 아픈 일이 일어났습니다. 봄은 피어나고 있었지만 우리의 사랑하던 자녀, 친구, 이웃은 뚝뚝 지고 말았습니다.
견뎌낼 수조차 없는 이별의 고통을 뒤덮고 흐르는 세상의 침묵은 깊어가기만 합니다.
잊혀져가는 것이 가장 큰 두려움이라는 어떤 유가족의 비통한 고백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죽어가는 순간에도 너무나 사랑하며 간 이들 앞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요?
침묵의 적(敵)은 과연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인 하느님의 침묵은 우리가 서로 나눠야 할 사랑에의 요청일 거라는 생각을 죄스런 마음으로 감히 해봅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