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로마 본부에서 개최된 살레시오회 총회에 참석했다가 말로만 듣던 유럽교회의 성소 급감 현상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회의에 참석했던 프랑스 관구장 신부의 말에 따르면 급격한 노령화와 성소 감소로 인해 여기저기 퍼져있는 수도원 문 닫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답니다. 최근 한 공동체 원장님을 임명했는데 연세가 90이랍니다. 한때 너무나 잘 나가던, 그래서 ‘가톨릭교회의 맏딸’이라고 불리던 프랑스교회의 쇠락 앞에 큰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었습니다. 한때 해외 선교의 선봉대장이었던 스페인교회와 가톨릭의 본산이라 자부하던 이탈리아교회의 상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만나는 관구장마다 제발 한국 출신 회원들을 선교사로 파견해 줄 수 없겠냐며 제 팔을 붙들었습니다. 참으로 절박한 유럽교회의 현실이었습니다. 급격한 세속화에 물질만능주의, 낮은 출산율 등 서구사회를 빼닮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려할 때 한국교회와 수도회의 미래도 결코 낙관적이라고만 볼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 가톨릭교회에 대한 ‘종합건강진단’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교회가 앓고 있는 ‘동맥경화현상’이 심각합니다. 활발히 이루어져야할 목자와 양떼간의 대화,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이의 유대, 세대 간의 소통, 도농(都農) 간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가슴 아픈 사회 현실은 외면한 채 고상함과 경건함, 신비함과 달콤함만을 추구하는 ‘값싼 신앙’의 천박한 그림자가 교회의 미래를 어둡게 합니다. 예수님 인류 구원 사업의 정점인 골고타 언덕으로 올라가는 고통스런 여정은 생략하고 싶습니다. 그저 현세의 지속적인 축복과 나와 내 가족만의 안녕만을 갈구하는 미성숙한 신앙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교회 역사를 살펴보면 수시로 거짓예언자들이 등장하여 백성들을 현혹시키곤 했습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바가 있었습니다. 이성적 판단이 전제된 절도 있는 신앙, 진지한 자기성찰이 수반된 교리, 부조리하고 참혹한 이 세상의 현실에 대한 직면보다는 다양한 감언이설로 백성들을 혼란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현세에서의 무병장수와 만사형통을 부르짖었고 너무나도 쉽게 천국을 보장했습니다. 그 거짓예언자들은 가난한 백성들의 고통 앞에는 눈 한번 꿈쩍하지 않았지만 부자들의 비유를 맞추는 데는 도사였습니다. 요즘도 그릇된 종교지도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그들의 가르침은 대체로 기본 상식이나 통상적인 사고를 벗어나 황당무계합니다. 때로 이상한 분위기를 만들어놓고 터무니없는 고액의 봉헌을 요구하는가 하면 물건을 강매합니다. 그들이 주로 애용하는 성경구절은 무시무시한 종말과 관련된 구절입니다. 거짓 예언자들이니 조심하여야 합니다.
누가 참된 목자인지 누가 삯꾼인지 구분하는 식별력이 오늘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참된 예언자들은 하느님으로부터 불림을 받은 사람으로서, 하느님의 메시지를 백성에게 전달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의 가장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관심사는 하느님 뜻의 추구였습니다. 그들은 늘 ‘지금 이 순간 하느님께서 내게 바라시는 바가 무엇인가?’를 고민했습니다. 물론 참된 목자들은 백성들에게 한없이 크신 아버지의 자비를 보여주었습니다. 백성들의 아픈 상처를 오래도록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때로 사랑하는 백성들을 위해 회초리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백성들의 죄와 타락을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이 시대 착한 목자들이 가르치는 정통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은 무엇입니까? 우리 모두 결핍 투성이의 인간이기에 이 세상에서의 갖은 고통과 실패, 방황과 우여곡절을 겪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가르칩니다. 모든 십자가에는 반드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 십자가 기꺼이 지고 한 걸음씩 성덕의 길로 나아가자고 초대합니다. 죄인이어도 괜찮습니다. 하느님 자비가 더욱 크시니 용기를 내라고 격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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