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훈이는 엄마 죽으면 어떻게 할 거야?” “엄마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 거야!”
엄마는 돌아가실 줄을 알고 계신 듯 어린 아이에게 몇 날을 되물으셨죠. 아이의 대답은 매번 같았습니다.
“엄마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 거야!”라고 말하며 엉엉 울던 그 아이는 30년이 지난 지금 수인이 되었습니다. 죄송해요.
따라 죽지 못했으면 잘 사는 모습 보여드려야 하는데 수많은 상처들만 안고 수인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살았는지는 하늘나라에서 다 보고 계셨지요? 지켜보시며 많이 속상해하셨죠? 못난 막내아들 보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셨어요. 죄송해요.
태어날 때부터, 아니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엄마를 힘들게 하더니 돌아가신 후에도 눈물 마를 날 없었죠. 막내라서가 아닌 엄마의 상처 때문에 유독 저 예뻐해 주시고 애지중지하셨죠. 그 때는 몰랐지만, 성인이 되면서 엄마의 상처들을 하나씩, 조금씩 알게 되었을 때 이 못난 아들도 참 많이 울었습니다. 허약하게 태어난 아이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출생신고도 못 하시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엄마 때문에 잘 못 된 거라 생각하시며 자책하시고, 얼마나 많은 날을 눈물로 보내셨어요. 엄마의 잘못도 아닌데, 잘못은 다른 사람들이 엄마한테 했는데…. 주위 사람들 원망도 많이 했어요.
엄마 고마워요. 하늘에서 지켜 돌봐주고 계시기에 이 못난 아들 이만큼이라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저 독하고 악해질 수 있었는데…. 엄마가 늘 부르시던 성가, 늘 읽으시던 성경, 늘 기도하신 하느님. 비록 엄마를 제게서 일찍 데려가셨지만, 엄마를 빼앗아 가셔서 원망도 많이 했는데, 엄마를 일찍 데려가신 게 미안하셨는지… 지금은 그 손길로 저를 돌봐주시고 불러주셔서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있어요.
엄마! 속상해 마시고 슬퍼 마세요. 남들처럼 이제라도 “효도할게요”라는 말은 못 해도 하느님 믿고 열심히 성실히 살게요. 세상 원망 안 하고 세상 탓, 누구 탓도 안 하면서 제대로 한번 살아볼게요.
엄마, 보고 싶고 사랑해요.
너무 일찍이 엄마가 떠나서 슬픔도 몰랐고, 엄마 없는 설움도 몰랐던 나이 11살. 5월 4일에 쓰러지시고 6일 날 돌아가셨기에 성훈이한테 어린이날은 늘 슬픈 날이었어요. 엄마가 없어서….
성훈이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아빠가 되어보니 엄마가 그립고, 슬픔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요. 엄마 없다고 주위 어른들이 불쌍하다고 할 때 난 불쌍하지 않다고 소리치고 씩씩해지려고 했는데 지금 그때 성훈이 모습 생각하면 성훈이 참 불쌍하게 자랐더라고요. 울고 싶을 때도 울지 못하던…. 그런 성훈이 보고 엄마도 많이 우셨죠? 알아요. 보여요. 눈물 많던 우리 엄마.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세상 사람 모두가 날 버려도 엄마는 절대 저를 버리지 않으셨을 거에요. 보세요. 혈육인 아버지와 형, 누나도, 그리고 아내도…, 세상 사람들 모두가 절 버렸잖아요. 근데 절 버리지 않은 손길이 엄마 말고 또 있었어요. 바로… 엄마를 데려갔다고 그렇게 울며 원망했던 주님. 이제 엄마 대신, 아니 엄마와 함께 성훈이를 지켜주시는 하느님이 계셔서 절망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포기했던 세상에 나가 살아볼 용기가 생겼어요. 이 용기도 하느님께서 주셨어요.
엄마! 성훈이 걱정 말고 속상해 마세요. 이젠 지난 일에 대해서 원망도, 후회도 안 할게요. 그리고 새로이 더 열심히 살게요. 이제는 웃으며 지켜봐 주세요. 그만 우시고요.
사랑이라는 단어의 뜻을 알고 나서 엄마한테 처음 하는 말이에요.
엄마! 사랑해요.
많이 그립고,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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