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서적을 읽고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터에, 종교서적을 많이 읽고 이를 글로 쓰시는 분을 알게 됐다. 어느 날 저녁, 전화로 내 계획을 말씀드리고 책 소개도 부탁드렸다. 그러면서 한 가지 질문을 하게 됐다. “책을 읽으려면 종교적 배경 지식과 두터운 신심이 필요한가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답변에 나는 한동안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느님과 나와의 만남을 위한 텍스트일진대 그것들이 그다지 중요할까요? 저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지만 걱정은 없습니다.”
‘하느님과 나와의 만남이라….’ 이 말이 수없이 되뇌어졌다. 흔히 들어왔던 표현이지만 이날따라 유난히 생경하였고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걱정은 없습니다’라는 말에 또 한 번 부끄러워졌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요한 14, 15)하신 예수님!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고, 그의 모든 것이 되고 싶고, 모든 순간이 그로 가득하다. 그가 조금이라도 다가오면 한없이 기쁘고, 그가 조금이라도 아플라치면 내가 더 아프고, 그가 조금이라도 멀어져 가면 스산한 뒷모습에 가슴이 저며 온다. 붉은 마음의 열병을 앓는다. 사람과의 사랑이 이럴진대 우리 모두를 진정으로 사랑해주시는 가없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은 더 깊고 붉고 모든 것이고 한결같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이, 기도 속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길어 올리고 이를 실천하는 사랑을 해야 할 것이다. 이 때 ‘나’ 중심적이어서는 안 된다. 겸손히 하느님 뜻을 구할 때 은총으로 하느님은 우리에게 다가오신다. 이러한 만남을 통해 인간은 변화하여 다른 이들을 하느님 눈으로 보게 되고 하느님 품처럼 껴안을 수 있는 것이다.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마태 26,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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