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학연구소에서 평신도 사도직 운동 영성에 관해 고민한 내용을 연구소가 발행하는 월간잡지를 통해 소개한 적이 있었다. 우리신학연구소는 세계적으로도 예를 찾기 힘든 평신도로만 구성된 신학연구소이기도 하다. 신학전반에 걸친 연구 작업을 하지만 그중에서 평신도를 다루는 연구 주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다.
사도직 단체로 선정한 평신도 운동으로는 레지오 마리애, 성령쇄신세미나, 성서모임, ME/선택, 꾸르실료, 포콜라레, 연령회 등이 있다. 이런 단체들의 설립목적과 지향 그리고 운영에서의 방법들이 영성에 입각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평신도는 사제나 수도자에 비해 결혼생활을 한다는 이유로 자신들을 즉, 평신도는 거룩하지 않다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러한 영성을 인정하지 않을 뿐이지 사실은 바로 평신도의 영성이란 이런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신학연구소는 현대의 영성가 로널드 롤하이저의 말을 인용하면서 현대교회 안에서의 영성의 흐름을 지적하고 있다.
“오늘날 서구사회는 교회에 나가는 사람의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지만, 영성에 관심을 갖는 사람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현대 사람들은 신앙은 원하지만 교회는 원하지 않으며, 의문들을 갖기를 원하나 해답은 원하지 않으며, 진리를 원하지만 순종은 원하지 않는다.”
로널드 롤하이저는 이런 사람들을 ‘새로운 가치로의 복원을 꿈꾸는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 한국교회에는 그 반대의 현상이 많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는 원하나 신앙은 원하지 않고, 해답은 원하나 의문은 원하지 않고, 전례는 원하나 경건함은 원하지 않고, 순종은 원하나 진리는 원하지 않는다는 슬픈 현상이 우리 한국교회에는 많다. 더 나아가서 세상일에는 관심 없이 자신과 가족의 구원을 위해서만 과도하게 집중한다. 그러하므로 평신도 영성의 회복을 위해서는 평신도 자신들이 사회문제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고 사회복음화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사명감을 자각하여야 한다. 교황님의 강조 하에 우리 가톨릭교회가 요즘 들어 사회교리에 더욱 관심을 가지며 평신도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제나 수도자처럼 평신도가 거룩하게 살고자 할 때에는, 즉 ‘세상 안에서의 거룩함’을 살기 위해서는 “교회와 세상 가운데서 균형 있는 성숙한 영성이 필요하다. 그리스도교 영성은 개인이 하느님을 체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체험을 바탕으로 세상과 이웃, 다시 말해 타자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해 나가는 데에서 그 깊이와 성숙도가 가늠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노력의 하나로 부산교구에서는 사회교리학교를 이수한 평신도들이 교육받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고 자발적으로 ‘천주교사회네트웍’(천사네)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사회교리 내용대로 실천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 사회 안에서 가톨릭의 정신과 교리를 실천하고자, 또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교하고자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각 교구 마다에도 이런 평신도운동 차원에서의 움직임들이 진행 중에 있을 것이다. 즉, 이제는 지금 이 시대의 상황에 맞는,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는 새로운 교회 사도직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예수살이공동체가 그 좋은 예이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자생한 좋은 평신도운동이 예수살이공동체이다. 그와 같은 건강하고 깊이 있는 영성을 바탕으로 평신도 사도직운동은, 정치편향에 따라 나와 같은 입장이 아니라고 교리적 근거 없이 공격하고 복음적이지 않은 모함을 감행하는 어리석은 행동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인 사고 안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내면화할 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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