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펀펀교리’라는 코너를 선배 기자와 작성하게 됐다. 기초 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 대화체로 부담 없이 전달하려 시작된 코너다.
처음 작성을 시작할 때만 해도 ‘기초 교리니 금방 끝나겠지’라고 생각했었다. 2시간쯤 붙잡고 늘어진 후에는 ‘대체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자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성령, 미사, 전례력…. 익히 알고 있는 단어였지만 글로 풀어내기 시작하자 금방 밑천이 드러났다. 그 기원부터 현재 모습 등까지 7매 남짓의 분량을 채울 만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지식은 미천했고, 개념들이 헛갈리기 시작하자 글은 빙빙 제자리를 돌았다. 교리 관련 책을 읽고 대사전을 펴고서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마치 갓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처럼 아주 느린 속도로.
매주 미사에 참례하며 스스로를 ‘알 만큼은 아는’ 신자라 생각해 왔다. 고수는 못 되더라도 ‘중수’는 되지 않을까 여겨온 것이다. 하지만 막상 마주친 상황은 심각했다. 기초 교리였지만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는 내용은 적었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알지 못했다. 그러다 비단 나만의 문제일까를 고민하게 됐다. 어쩌면 스스로를 ‘중수’쯤으로 과대평가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교회 안에서 늘 재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교리 책을 읽고 참례한 미사는 전과는 확실히 다르게 다가왔다. 사제의 몸짓 하나하나에 새롭게 집중하게 되고 전례 자체의 무게감이 새삼 느껴져 절로 엄숙해졌다.
‘주님의 법령을 되새기고 언제나 그분의 계명을 묵상하여라. 그분께서 네 마음을 든든히 잡아 주시고 갈망하는 지혜를 너에게 주시리라.(집회 6, 37)’
되새김은 확실히 우리를 새롭게 만든다. 입으로만 미사에 참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때때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