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을 낼 형편이 안 돼서 감옥에 갇힐 수밖에 없는 이들의 벌금을 대신 내주는 ‘장발장은행’ 출범 100일을 맞아 6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국회로 간 장발장’ 행사가 열렸다. 가난한 이들이 벌금을 내지 못해 감옥에 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알리고, 벌금제 개혁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해 정의화 국회의장,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여야 국회의원 40여 명도 함께했다.
‘일일은행장’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한 염 추기경은 이 자리에서 “개인적인 안락 추구와 무관심의 세계화가 가난한 이에 대한 책임감을 약화시킨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일어선 이들이 다시 한 번 정의로운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랑과 관심을 보여야 한다”며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호소했다.
장발장은행은 설립 100일 만에 981명의 개인·기관·단체로부터 3억2000여 만 원을 모금했고, 155명에게 2억8600만 원을 대출했다. 결코 만만치 않은 호응이다. 은행을 이용한 이들의 면면을 보면 결코 죄질이 나쁘거나 위험한 사람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생계 때문에 가벼운 잘못을 저지른 이들이 대다수다. 가벼운 죄라 벌금형을 받았는데, 돈이 없어 다시 감옥에 가라는 것이니 이들이 겪을 모멸감과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불평불만 등 부정적으로 가져가면 흉터로 남지만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면 아름다운 무늬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장발장은행 운영위원인 홍종학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행사에 맞춰 ‘한국판 장발장’을 막기 위해 현행 벌금제도를 대폭 개편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가난 때문에 감옥에 가는 ‘장발장들’이 사라지길 빈다. 아울러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이 새로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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