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에서 한 선교 사제를 만났다. 그는 1993년 사제품을 받고 대부분의 시간을 남미 칠레에서 선교사로 생활했다. 그는 처음 본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원래 성격이 친화적인지, 남미 특유의 친화력이 이제는 몸에 밴 것인지는 모르지만 덕분에 편안하게 대화가 시작됐다.
사제는 거침없이 자신의 선교체험담을 쏟아냈다. 칠레 원주민들과의 즐거웠던 추억은 물론 선교사로서의 욕심과 타문화에 대한 몰이해, 우월감 등. 특히 장례문화의 차이 때문에 원주민들과 언성을 높였던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다. 고개를 숙이고 취재수첩에 인터뷰 내용을 적고 있던 터라 뒤늦게 적막의 이유를 확인했다.
건장한 체격에 검게 그을린 피부를 갖고 있는 투박한 외모의 사제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목이 멘 듯 약간 떨리는 음성으로 그는 “창피한 시간이었어요. 생각해보면 원주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조차 못한 일들도 있는데…”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한국에 돌아온 지 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보고 싶고 그리워요. 지금의 직무가 끝나면 다시 돌아갈 겁니다. 그들 곁으로”라고 말을 이었다.
칠레의 원주민들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그들에게 사죄하는 사제의 진심이 전해졌다. 인류를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이 아마도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한 선교사제의 진실된 눈물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이번 예수성심성월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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