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 이렇게 / 엄마를 씹어 먹어 / 삶아 먹고 구워 먹어 / (중략) 살코기로 만들어 떠먹어 / 눈물을 흘리면 핥아 먹어 / 심장은 맨 마지막에 먹어 / 가장 고통스럽게
지난 5월 인터넷에 올라온 「솔로 강아지」란 동시집에 실린 ‘학원가기 싫은 날’ 이란 동시이다. 초등학교 5학년 10살 여아가 썼다고 믿기엔 내용이나 표현이 너무나 잔혹하고 폭력적이었고 쓰러진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 옆에서 아이가 마치 흡혈귀처럼 입가에 피를 묻히고 심장을 먹고 있는 삽화는 섬뜩하다 못해 괴기스런 느낌을 주었다. 결국 독자들의 항의와 비난이 쇄도하였고 5월 5일 출판사는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사과하고 동시집 전량을 회수하여 폐기처분하였다.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에둘러 표현할 줄을 모른다. 그저 자신의 느낌을 정직하고 순수하게 표현할 뿐이다. 2014년 11월 20일 조선일보에 올라온 ‘부모에게 분노하는 아이들’ 기사에는 “야! 이 못된 어른들아~! 우리는 스트레스 받으면 안 죽는 줄 아니? 우리가 무슨 스트레스 먹는 스펀지냐. 학생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다 스트레스 때문이야!”라는 글이 실려 있다. 이 아이들 말대로 못된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이 생고생을 하고 있다. 위 두 아이의 표현들은 현재 초등학교 학생들의 불만과 고통이 그만큼 극한상황에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하겠다.
‘집에선 잠만 재우세요, 죽을 때까지 시킵니다, 영어 올인반, 수학 올인반, 지옥훈련반, 수학귀신반’과 같은 지극히 자극적이고 공포심을 자아내는 사설학원들의 무시무시한 구호 아래 청소년들은 온갖 스트레스와 자학을 경험하면서 매일을 지내고 있다. 온갖 경쟁시험에 포위된 아이들은 매일 살인적인 학업에 지쳐있고 지겨운 일상을 잊기 위해 잠시도 스마트 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학교경쟁에서의 낙오가 곧 사회적 낙오가 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학생들은 출구 없는 경쟁교육에 목을 매고 있다.
선행학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는 천재인데 그런 아이들은 3만 명 중 1명뿐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학부모들은 무턱대고 아이들을 선행학습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 지난 3월 26일 KBS1 ‘명견만리’의 주제는 ‘천재시대의 종말-창조는 공유다’였다. 이젠 천재의 시대는 끝났고 창의적 인재의 시대라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 와도 잘 견뎌내고 실패나 좌절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투지력,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있는 친화력,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융통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가 필요하다. 학력엔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게 있는데 보이는 학력은 점수이고 안 보이는 학력은 리더십, 창조성, 희생정신이다. 경쟁도 폭력의 일종이다. 지나친 경쟁은 성취동기를 유발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좌절감을 안겨 준다. 경쟁교육을 통한 학벌체제의 고착화와 서열화는 사회의 통합을 저해하는 근원적인 악이다. 우리 교육은 악에 대항하는 능력을 키우기보다는 오히려 이런 사회악을 고착화시키는데 일조를 해왔다. 국가의 발전은 결국 국민상호간의 협력의 결과이지 잘난 사람 혼자서 독불장군식으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놀이를 통해 오감을 자극시키면서 기억력 향상과 언어와 정서능력을 함양시키고 대인관계와 창의력을 키운다. 최근 즐거움을 주는 놀이야말로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존재의 본질적인 부분이라는 성찰이 싹트게 되면서 놀이신학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청소년들은 교회가 그들의 비행이나 문화적 일탈을 비판하기 전에 그들의 욕구를 해소시켜줄 만한 해방공간이 되기를 원한다. 인간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것이 청소년 교리교육의 목적이라면 국가와 교회의 미래를 위해 이보다 더 좋은 사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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