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송도국제도시로 불리는 지역은 사실 몇 십 년 전만해도 서해바다가 출렁이고, 삶을 이어주는 갯벌이 끝없이 펼쳐진 은혜로운 삶의 터전이었다.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의 작고 아담한 공소는 햇살에 검어진 소박한 어촌 사람들의 기도의 집이었다. 연세가 많으신 어른들은 몇 번의 전쟁을 경험하며 신앙을 지킨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셨다. 십자고상과 성경을 바지 속에 감추고 피난길에 올랐던 이야기와 신앙을 지키기 위해선 어떠한 희생도 달게 받으리란 이야기도 하셨다. 40년이 훨씬 지난 오늘, 이제 내가 그 분들처럼 신앙생활을 돌아본다.
처녀 때 영세를 받은 후 무교인 남편을 만나 영세하도록 권하고 결혼해 첫 딸을 낳아 공소예절을 다니며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용현동 성당에 가서 고해성사를 보았다. 가난한 노총각에게 시집가 시련도 많았다. 시부모님, 시동생, 시누이는 성당에 다니는 우리 부부를 못 마땅해 했다. 그러던 중 우리 공소가 성당으로 승격되어 요한 신부님이 부임해 오셨다. 늘 미소를 잃지 않으시던 그분은 산책길에 오두막 같던 우리집을 자주 들러주셨다. 식구들이 아침식사를 할 때면 들어오셔서 소박한 밥상에 함께 해주시며, 고집 세신 시부모님의 마음을 움직여 결국에는 두 분이 입교 하도록 만드셨다.
요한 신부님이 다른 성당으로 가시고 요셉 신부님이 부임해 오셨을 때 남편은 평협 재정분과장을 맡아 활발하게 일하고 있었고, 아이들은 열심히 주일학교에 다니며 전례봉사도 열심히 했다. 지금 생각해도 요한 신부님이 우리 가족을 위해 얼마나 많은 기도를 하셨는지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이제와 생각하면 참 시련도 많았다. 내 나이 마흔에 여덟 살 연상인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십년 전엔 피부가 하얗던 딸아이가 꽃다운 스물아홉 나이에 하늘나라로 시집을 갔다. 어린 삼남매를 데리고 몇 군데 성당을 거치며 신앙생활을 하던 동안 삶의 무게를 견딜 수 없어 모든 활동을 접고 먹고사는 일과 아이들 교육에 전념하며 고통스런 삶을 이어나갔으나 그 분이 두려워 원망할 수도 없었다. 그 어려운 가운데서도 아이들은 반듯하게 자라 결혼을 하고, 나는 작은 빌라를 마련해 홀로살이를 시작했다.
지금 내가 다니는 성당 신부님은 연평도포격도발이 있었던 2010년 11월 23일에도 연평도에서 사제직을 훌륭히 지켜내셨던 분이다. 첫인상이 온화하시고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주시는 아버지 같은 신부님이다. 주민의 80%가 섬을 떠난 그곳에서 피난을 권유받으셨지만, 사제직을 지키리라는 결심으로 섬에 계셨다고 한다.
몇 해 전 겨울 수녀생활을 하다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동생을 염하셨던 수사님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연평도포격사건 당시 전사한 젊은 군인 두 명의 시신을 염하였는데 조각난 살조각을 여기저기 가져다 맞추어 염을 하셨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왜 이리도 오래 분단돼 남북이 대치하여야 하는지, 우리의 기도가 부족한 탓은 아닌지 안타깝기만 하다.
조국의 소중한 아들들이 피 흘리며 죽고,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만들어 다루는 비극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려는지…. 포격도발이 있었던 연평도엔 버려진 개, 수도와 전기가 끊긴 공포스럽고 암흑같은 밤과 부서진 어부의 집과 세간살이, 여전히 아무 일도 없었던듯한 나즈막한 산과 갯벌이 있었으리라.
그 때 그 시절 신부님의 생활은 얼마나 불편하셨을까. 어떤 이는 자신이 육지로 나가면 닭과 오리가 모두 굶어 죽으니 섬에 남아있겠다 결심했다고 한다. 그곳에 남은 20%의 주민 중 신자 수는 몇이나 되었을까? 그렇다고 천주교 신자만을 사랑하시는 신부님은 아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부족한 글 솜씨라 해도 존경하는 우리 신부님들에 대해 쓰지 않을 수 없었기에 감히 이글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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