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부터 ‘왜 탈핵인가’를 연재하면서 여러 반응을 들었다. ‘탈핵’이라는 교회의 목소리를 실은 터라 격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탈핵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도 더러 있었다.
눈앞의 경제논리를 당장 외면할 수 없고, 전력수요관리와 대안에너지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전기를 쓰는 사람들이 탈핵은 왜 외치는가에 대한 기초적 질문은 만연하고, 환경문제는 어느새 정치적 이슈가 돼버렸다.
주교회의가 천주교의 탈핵 입장을 선언하고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 핵발전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성찰」 소책자를 발간하고, 교육과 캠페인을 계속했다. 하지만 아직도 탈핵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교회 안에도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12일, 노후 원전 고리 1호기 폐쇄가 결정됐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교회는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조심스럽다. 고리 1호기가 폐쇄되는 대신 신규원전 건설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노후 원전들의 수명 문제와 해체 비용, 사용 후 핵연료와 핵폐기물 처리방안 등도 고민이다.
처음으로 내려진 원전 폐쇄 결정이 앞으로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과제를 던질까. 비용과 시간 등 물리적 문제가 우선인 사람도 있겠지만,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는 우리는 경색돼있는 서로의 마음이 더욱 첨예해질까 걱정이다.
그럼에도, 핵기술이 창조질서를 파괴하고 생명권을 침해한다는 원론적 이야기는 거듭해야겠다. 경제적 권리가 생명권을 앞설 수 없고, 생명권은 모든 권리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또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우리가 바라보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은 잠시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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