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의원’. 영등포역 인근에 있는 병원으로 1987년에 설립돼 어려운 형편에 있는 이들을 무료로 진료해주는 곳이다. 정부 지원 없이 100% 기부와 자원봉사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6800여 후원자 가운데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이가 수백 명이다. 병원 측은 “전혀 불가능한 일일 것 같은데 조금도 어려움 없이 병원이 꾸려지고 있는 것을 보면 기적 같다”고 전한다.
이 얘기를 접하고 너무나 부끄러웠다. 주위에 남모르게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머리로만 살고 삶을 읽고 쓰려고만 했지 살아내고 있지는 않았음을 절감했다. 마른 나뭇잎 부서지듯 부서져 내렸다. 방에서만 커다랗던 내가 너무나 작아 보였다.
나름 사랑 많은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하지만 여러 면에서 여린 물방울 같기만 하다. 조금의 균열에도 툭 터져버리고 만다. 벌거벗고 산등성이에 서서 가시 같은 바람을 맞으면 거북 등 같이, 갈라진 나무 몸처럼 패이고, 주저앉아버리고 싶을 때가 너무나 많다. 왜 이리 사랑하며 살기가 힘든가?
그러나 겸손하게 바람을 맞으리라. 흔들리며 아파하리라. 진심으로 고뇌하리라. 순간순간이 혹독한 겨울일지라도 순간순간 햇살을 꿈꾸리라. 낙엽이 떨어지면 새 잎이 돋고 꽃봉오리 맺히는 봄이 오는 섭리를 진정 믿으리라. 희망을 꿈꾸리라.
하느님! 당신 향한 흔들리지 않는 사랑, 삶으로 고백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온통 당신으로 가득한 내 마음. 사랑이 찾아왔나 봅니다. 발자취도 없이 살며시 내 앞에 섰나요? 당신 있음이 내가 사는 이유임을 아시나요? 당신으로 가득하여 숨길 수 없는 기쁨. 봄 여름 가을 겨울, 들꽃 안고 벌판을 뛰어다닙니다. 당신 만나러 가는 길 헤진 발일랑 꽃잎으로 싸매겠습니다. 햇살 가득 머금은 꽃잎이 되어 주십시오. 지금 그리고 먼 훗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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