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때문에 온통 난리법석이다. 매체마다 앞다투어 감염된 환자, 감염 예상자, 사망자 숫자를 전한다. 마치 현재 우리나라에는 메르스 외에 다른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매스컴이 ‘전문가들’의 견해를 총동원하여 전하는 바에 따르면 메르스의 위력과 위중함이 엄청나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과 사회가 메르스보다 먼저 불안과 두려움에 감염된 듯하다. 내 아이가 감염될까 두려운 부모는 학원에 휴강을 요청하고, 학교는 알아서 휴교를 하고, 예정되었던 각종 회의와 행사들이 취소되고, 한 마을 전체가 봉쇄되고 격리되고, 병원 진료를 거부한 사람은 경찰에 의해 강제 이송되었다.
과연 이 모든 조치들이 메르스의 공포로부터 우리를 구원해줄까?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바이러스의 확산과 감염의 위험을 차단하려는 정부의 ‘발 빠른(?)’ ‘최선의 노력(?)’이 가져다줄 효과가 사뭇 기대된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너나없이 눈만 간신히 보이는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마치 ‘접근절대불가!’라는 표지판을 만나는 기분이다. ‘너’, ‘이웃’은 본의 아니게 ‘나’, ‘우리’에게 잠정적인 ‘가해자’로 간주되고, 예정된 모임과 회의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무모한 ‘영웅’ 또는 ‘외계인’이 된다. 믿는 이들의 공동체인 교회의 사정도 엇비슷하다. 이런 것들이 뭐라고 콕 집어서 말할 수 없는 언짢음과 개운치 않은 감정이 지속되는 원인이 아닐까 싶다.
세상의 것들은 표지와 증상이다. 이 표지와 증상은 보이지 않는 본질적인 것, 하느님의 것들을 가리키고, 보여주고, 그것을 향하게 한다. 세상의 것은 결코 하느님을 이기지 못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메르스라는 낯선 바이러스 앞에서 이토록 불안에 떨고 두려워하는 것일까? 그 두려움과 불안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피하려는 것, 방어하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성경은 우리에게 하혈로 인해 열 두해 동안 숱한 고생을 하며 많은 의술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아무 효험도 없이 상태만 더 나빠졌던 여인의 치유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 여자는 예수님에게서 구원의 힘을 알아보았고, 병을 고치는 일보다 생명을 얻는 것으로 방향을 돌린다. 군중 속에서 그분의 옷자락에 손을 댄 그녀는 곧 병이 나았음을 몸으로 느꼈다. 당신 앞에 엎드려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아뢰는 여인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마르5,34).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믿는 사람은 자기가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그분의 자녀임을 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려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이다. 모든 사람이 그분을 믿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 그분을 보내신 아버지의 뜻이다. “영원한 생명은 홀로 참 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다”(요한 17,3). 그래서 예수께서는 날마다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거저 선사하신다. 그 호혜를 입어 우리는 언제나 어디서나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는 우리 안에, 우리와 함께 계신다.
이 현존이 우리를 안심하고 살아가게 한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몰아낸다”(1요한 4,18). 이 사랑으로부터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이것이 우리의 기본신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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