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세월과 함께 이어져온 분단이 70년을 맞고 있지만 민족화해를 향한 발걸음은 여전히 깊은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6·15남북공동선언 15주년을 맞아 추진돼 온 남북공동 행사가 무산됨으로써 광복 70주년을 맞는 8·15행사도 전망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민간교류를 통해 숨통이 트일 듯하던 남북 간 대화도 다시 깊은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민족화해를 향한 여정에서 넘어야 할 산은 많고 메워야 할 골짜기는 깊지만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를 새롭게 복원해 나가려면 무엇보다 민족의 미래를 내다보는 시야와 이를 밑거름으로 한 결단과 실천이 필요하다.
대화의 결과로 얻을 결실만을 앞세운다면 만남 자체가 이뤄지기 힘들다. 남북 간 만남 자체가 끊기다시피 한 지난 8년간 쌓인 불신과 증오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거기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온갖 악재가 주위에 널려 있다. 누구도 남북관계의 앞날을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회와 민족의 미래를 제대로 내다보지 못한다면 민족화해 여정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당연히 져야 할 십자가를 질 수도 찾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남과 북 모두 한 민족, 한 운명공동체임을 깨달아야 한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익숙한 것들과도 결별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어깨에 지워진 십자가를 나눠질 결단을 해야 한다. 특히 그리스도인이라고 한다면 민족화해라는 역사의 무대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소명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다행히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를 중심으로 전 교회 차원의 기도운동이 펼쳐지고 있어 새로운 희망을 본다. 올해 말까지 펼쳐질 이 기도운동을 통해 민족화해의 길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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