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부산시 남구 용호동에 사는 여든 노인입니다. 6년 전 아내가 콩팥 수술을 받은 후 저는 집에서 빨래도 하고 청소하면서 자연히 시장 장바구니와 가까워졌답니다. 생계는 종이상자나 폐지 등을 모으며 근근이 해결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부산성모병원 안과에서 백내장에 대한 상담을 마치고 5월 19일 수술 날짜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5월 7일 아침, 아내가 화장실에 갔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 바삐 가보니 그만 화장실에서 실신해 혼수상태가 돼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인가요. 그토록 정성껏 간호하고 24시간 내내 신경을 곤두세워 간호한 것이 물거품이 돼 버렸습니다. 부랴부랴 성모병원 응급실에 갔습니다. 나이도 많고 워낙 병마에 시달려 원기도 떨어져 빈혈이 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콩팥 수술 후유증으로 염증이 심하고, 지병인 갑상선도 악화되고 허리디스크까지 있어 절대안정을 하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제 수술날짜는 꼬박꼬박 다가오는데 여간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수술을 해야 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진퇴양난의 갈림길에서 며칠 밤을 뜬눈으로 보냈습니다. 결국 장고 끝에 일면식도 없는 김성원 부산성모병원 원장님께 염치불구하고 편지를 보냈습니다. 저의 자초지종을 설명해 드리고 수술날짜를 연기해주십사 간청을 했던 것입니다.
5월 11일, 뜻밖에도 성모병원에서 한 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수술비 걱정일랑 말고 예정된 날짜에 수술하도록 하라는 지상 최고의 복음이었습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요즘처럼 초고속시대에 편지 따위 거들떠보지 않을 거라 단정하고 있었는데, 기쁜 소식을 듣게 된 것이었습니다. 몇 번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곱사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싶었습니다. 운명의 5월 19일, 수술비 전액을 조건 없이 면제받고 수술도 성공리에 마무리되어 지금은 광명의 세계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마더 데레사 수녀님을 존경해왔습니다만, 아직 가톨릭 신자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항상 낮은 곳에서 죽어가는 모든 생명체를 가슴으로 끌어안는 그분의 영적인 삶을 마음 깊이 흠모해왔습니다. 김성원 원장님은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보내주신 한국의 히포크라테스라고 생각됩니다. 일면식도 없는 늙은이를 보듬어 주셨습니다. 원장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을 본받아, 남은 평생 밝아진 눈을 크게 떠 이웃의 아픔을 보고, 사랑하고, 봉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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