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오면 떠오르는 추억이 하나 있습니다. 꽃다운(?) 20살, 교리교사로 활동을 시작했던 때의 기억입니다. 고교 졸업 후 본당 주임 신부님과 부모님의 강요(?)에 못 이겨 유치부 주일학교 교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읍 소재지 본당에는 주일학교 교사 중 20대는 단 한 명도 없었고, 30대 후반 노총각 선생님과 40대, 50대 어머님들이 수년째 주일학교를 지키고 계신 상황이었죠.
아이들과 친해질 무렵, 신앙학교 준비라는 ‘미션’이 주어졌습니다. 여행 경험도, 아이들을 이끌어 본 경험도 거의 없던 저는 어머님 교사들이 시키는 일을 쳐내기도 벅차하며 여름을 맞이했습니다. 또래들과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을 보며 ‘이걸 대체 왜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많이 했지요.
드디어 신앙학교, 아이들을 인솔하랴 다음 일정을 챙기랴 몸은 녹초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일정 마지막 날 밤, 캠프파이어에 불이 켜지고 부모님, 하느님을 찾던 아이들 몇몇이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캠프파이어 앞에서 촛불을 들고 훌쩍였던 불과 몇 년 전 제 어린 시절 모습이 스쳐 지나가더군요. 저도 모르게 아이들과 함께 조금 울어버렸습니다. 그리곤 소중한 경험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렸었죠.
며칠 전 성당에 다녀온 초등학교 3학년 딸 아이가 여름 신앙학교가 취소될 수 있다는 말을 하더군요. 메르스의 전국 확산으로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하자고 선생님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면서요. 작년 이맘때에도 딸 아이는 시무룩하게 비슷한 말을 전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세월호 사고 여파로 단체 활동이 줄줄이 취소됐었죠.
작년에도 딸 아이에게 미안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이 될 시간을 어른들이 빼앗아 가는 것 같아서요. 올해도 그렇습니다. 딸의 슬픈 표정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를 죄책감이 생기네요.
성장기에 신앙학교는 제게 ‘놀이터’이자 ‘쉼표’였는데,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의 무책임에 그런 쉴 시간조차 가질 수 없게 된 것 같아 많이 미안해집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아이들에게 좀 더 ‘살 만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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