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하루는 나만의 시간을 갖자.’ 짧지만, 오로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여행을 떠납니다. 7년 전, 직장을 그만둔 다음 날 새벽 남해 바다로 떠난 것에서부터 시작된 나만의 여행입니다. 꽉 짜인 일상, 숨 돌릴 틈 없는 삶에서 모처럼 느낀 홀가분함이었습니다. 그때부터 해마다는 아니지만, 가정과 직장에서 쉼표가 필요할 때면 여행을 떠납니다. 가까운 바닷가로, 산으로. 때론 수도원 피정에 참가하기도 합니다. 물론 남편과 두 아이를 두고 떠나야하기에 미안한 마음이 앞서기도 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라는 조금은 이기적인 생각으로 길을 나섭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 시원한 바람, 동트기 전 서서히 붉게 물드는 바닷가…. 새벽기도 시간을 알리는 수도원의 종소리. 일상의 삶을 떠나 느끼는 자연과 자유 안에서 힐링의 시간을 갖습니다. 늘 내 곁에 있는 별과 바람, 떠오르는 태양도 자연 안에서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렇게 딱 하루, 24시간의 쉼표를 찍으며 숨 막혔던 도시의 삶을 털어내고 또 살아갈 에너지를 얻어오곤 합니다.
2년 전 이른 봄, 고성으로 간 여행이 기억에 남습니다. 작은 어촌 마을의 피정의 집이었는데, 정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른 피정객도 없었고, 그곳 수녀님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평온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수녀님 한 분과 밤바다를 거닐며 쏟아질 듯한 별들을 보며 감탄했던, 그날의 별들이 지금도 빛납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정신없이 마치 혼이 빠진 듯 지내던 삶을 어루만져 주듯 포근하고 따뜻했습니다. 눈물 때문에 더 빛났을까요. 아픔을 털어내고, 삶의 무게를 견뎌낼 힘을 청하며 기도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삶의 방향과 중심을 정하며 또다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올 봄에도 가까운 수도원에 다녀왔습니다. 새벽 기도하러 가던 길, 산새 소리 들으며 기뻤습니다. 천상의 노래와 같은 수도자들의 기도에 덕지덕지 죄로 물든 제 마음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혼자만의 여행을 갈 수 없을 땐, 가족과 함께 떠납니다. 늘 티격태격하던 아이들도 밖으로 나오면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됩니다. 자연 안에서 뛰놀며 웃는 아이들을 보며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제 중학생이 된 큰 아이 때문에 쉽게 떠날 수도 없지만, 아이들에게도 막힌 가슴 뚫어줄 수 있는 쉼표를 자주 그려주려고 합니다. 먼 곳이 아니라도, 달빛 맞으며 동네 산책을 나가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그리고 내년엔 또 나만의 여행을 떠나려고 합니다. 거의 24시간을 벗어날 수 없지만, 그래도 온전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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