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반 일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던 한국이 2013년 2만 달러를 넘어섰다. 40년 만에 200배가 넘을 만큼 성장했으니 한마디로 일약 졸부가 된 국가이다. 문제는 이처럼 갑작스런 부의 축적과 신분상승은 일종의 정서적 혼란과 불안을 야기 시키는데 이것을 ‘벼락부자 증후군’(sudden wealth syndrome)이라고 한다. 졸부근성이란 자신이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주위에서는 자신을 그만큼 대접해주지 않는데서 불만을 느낀 나머지 끊임없이 자신의 돈과 지위를 확인하고 과시하며 타인과 구별 짓기를 시도한다. 그런데 개인만 이런 졸부근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졸부가 된 국가도 집단적 미성숙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오늘날 한국인들은 성공신화에 몰입되어 있다. 당연히 실패한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이때까지 쌓아왔던 사회적 관계조차 단절되어 버린다. 종교적 집회에서부터 일반 매스컴의 각종 성공신화 프로그램들에 이르기까지 성공신화를 파는 집회나 강의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다. 지난 수십 년간 소위 미국식 이데올로기인 ‘긍정의 힘’에서 유발된 적극적 사고, 자기계발, 행복전도사 붐은 이 땅에 홍수처럼 몰아닥쳤고 기업, 종교, 심지어는 학계에까지 맹위를 떨쳤다. 그간 위세를 떨쳐온 긍정의 힘도 이런 맥락에서 보아야한다. 만능약 처럼 비쳐졌던 긍정적 사고방식도 실상은 심리 현상 중의 하나인 일종의 ‘가짜 약 효과’(placebo effect)이다. 문제는 긍정 자체가 아니라 긍정의 대상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긍정의 힘이 사람들에게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적극적인 의지와 희망을 갖다 주는 삶의 추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자칫 개인의 야망과 접목되어 맹목적인 성장주의에 몰입되어버리면 탐욕의 영이 지배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미국의 크리스털 캐씨드럴(Crystal Cathedral, 한국에선 LA 수정교회로 불림)의 설립자인 쉴러(Robert H. Schuller) 목사는 긍정의 힘의 전도사였고 그의 설교를 듣기만 해도 그야말로 ‘필 굿’(feel good)이 되게 하여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끝없는 번영을 누릴 것 같았던 그의 교회는 오히려 2011년 파산을 선고하여 충격을 주었다. 초월적 가치를 가르쳐야 할 종교가 오히려 무절제한 탐욕과 비합리적 충동을 부추기는데서 오는 결말이 어떤 것인지는 미국 수정교회뿐만 아니라 그동안 쉴러의 메시지를 파는 외판원 역할을 담당 했던 한국 대형 교회들의 끊임없는 추문과 추락에서도 목격된다.
인간의 삶에서 영원한 번영, 영원한 건강은 없다. 무엇보다 번영 신학은 영원한 것을 사모하는 것이 아니라 덧없이 지나가버리는 것들에 매달리게 만들고 정작 사회정의나 인권 같은 예민한 현실문제에 대해서는 애써 회피하거나 외면하게 만든다. 이들에게는 신마저도 인간의 현세적 성공과 번영을 위해 이용되는 도구 내지는 수단으로 전락되어버린다.
졸부들의 정서적 장애는 자신들의 삶이 가짜 욕망에 휘둘려 소모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졸부문화란 한마디로 자아실현이 아니라 자아상실의 문화이다. 이런 집단적 미성숙과 정서적 장애가 통제 불가능한 교육열이나 경쟁지상주의 등 온갖 사회적 폐단을 배태시켜왔다. 시장의 가치가 우리 사회의 유일한 가치척도가 되면 인간의 삶은 파괴될 수밖에 없다. 오늘날 국가의 수준은 곧바로 국민들의 문화적 역량을 의미하기 때문에 한 나라의 국격은 그 구성원인 시민의 품격에 의하여 결정된다. 인간성을 파괴하는 죽음의 문화에서 타인과 함께 사는 지혜를 가르치는 상생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야 말로 이 시대 그리스도교에 맡겨진 사명이자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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