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으로 가서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시오”(마르 16,15). 그리고 사도는 당부합니다. “하느님께서 부르신 당신의 처지대로 살아가시오”(1코린 7,17).
그리스도인은 복음의 선포와 실행이라는 이중 의무를 지닌다. 복음은 지식 정보가 아니라 ‘지극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 곧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필리 2,8)하심으로써 하느님이 그러하심을 계시했다. 신자들도 생활은 물론 죽음에 이르기까지 지극한 사랑으로 응답한다.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첫 번째 호칭이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이 된 이유다.
교회에는 성직자나 수도자도 있지만 세기를 거치며 많은 평신도 운동이 일어났고, 재속회가 설립되었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이 선포하는 바 모든 신자의 왕직·사제직·예언직을 가르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부지불식 중 복음을 사는 것을 특별한 직분으로 인식하곤 한다. 이러한 분리는 회중 속에서 사제가 입당하는 전례의 상징과 모순된다. 전례로 표현된 신비 속에서 신자가 사제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라 신자들의 공동체, 곧 회중인 교회 안에서 사제가 나온다.
우리는 성직자나 수도자를 높이는 마음 한구석에서 슬며시 복음의 의무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한 평신도가 감히, 더욱이 가난하면서도 복음을 삶의 중심에 놓으면 현실 감각이 없다고 한심스러워하는지도.
어떻게 복음이 모두의 것이 아니라 대표 선수 몇 명의 위탁물이 될 수 있겠는가. 아담의 진흙 몸에 하느님의 숨결이 깃들 듯, 복음은 우리 육신을 방해물로 여기는 대신 날개로 삼는다. 우리의 처지는 짐이 아니다. 우리의 삶이 첫 번째 복음화 대상이며, 복음화를 위한 방편임을 알아차리자. 사랑이 지극하여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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