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사람의 몸이 둘로 동강났다. 그 사람은 길고 어두운 굴에서 막 벗어나 밝은 빛의 강렬함에 전율마저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환한 빛의 강렬함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그 사람의 몸이 두 동강 나고 만 것이다. 그 사람은 위가 없는 ‘아랫몸’과 아래가 없는 ‘윗몸’, 말 그대로 볼썽사나운 두 모습으로 바뀌었다. 두 몸이 서로 등지고 살아간 지 어언 70년이 지나고 있다. 정말 어이없는 삶이다.
두 몸은 뒤뚱거리는 몸짓으로 서로를 공격하고 흠집 내며, 자기과시를 위해 애쓰기도 했지만, 알게 모르게 반쪽에 대한 미련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은근한 미소를 띠며 동병상련하고 있음을 넌지시 알리기도 했다. 주위에서는 안타깝게 바라보며 연민과 동정의 눈길을 주기도 하고, 때론 냉소 지으며 무시와 폄하의 눈빛도 감추지 않았다.
한반도의 현실이다. 남과 북은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닮은 듯 닮지 않은 삶을 살아오고 있다. 이런 모습의 어이없는 삶은 이제 그만 마감해야 한다. 둘로 나뉜 몸을 다시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굳이 통일의 당위성·필연성을 역설하지 않아도, 남과 북은 다시 하나가 되어야만 하고, 언젠가는 그 날이 올 것임을 남북 우리 모두 느끼고 있고 부정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두 몸을 어떻게 하나로 만들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두 몸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수술을 거쳐야 한다. 두 몸에 수술칼을 대어 살을 찢고, 혈관과 뼈를 잇는 일은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들 것이며, 무엇보다도 적지 않은 고통을 참아내야 할 것이다. 수술이 잘되고 봉합까지 잘 끝냈어도 더 큰 걱정은 수술 후 몸 안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거부반응이다. 남과 북의 물리적 통합은 잘 되었으나, 남과 북의 사람들이 서로 적응하지 못해 마음의 분단이 발생할 수 있다.
남과 북은 서로의 법·제도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정치·경제·군사·외교 등의 현실에 대해서도 잘 간파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 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삶의 주체, 곧 사회 구성원에 대한 이해는 많이 부족해 남북 주민 사이의 이질화가 잘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 수십 년 세월동안 사상ㆍ이념과 체제를 달리해 왔기 때문에 남북 사이에 크고 작은 이질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고는 하나, 이러한 이질화를 더욱 부추기고 심화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서로에 대한 선입관과 편견이다.
우리는 북한 주민들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잘 모르며, 또 잘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사실 북한이탈주민들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남과 북의 물리적 통합과 함께 사람의 통합을 잘 이루려면 서로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사랑은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때, 남과 북이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이해하게 되면 서로에 대한 사랑이 싹터 아주 크게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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