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칙은 지구 생태 위기를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일별하고, 이 위기에 대한 적극적 대처가 신앙의 소명임을 밝힌 뒤, 이제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제시한다. 여기에서 교황은 철학과 사회과학과의 풍성한 대화를 나누면서 위기의 ‘증상과 심층적 원인들을 성찰’(15항)하고 있는 것이다.
교황은 우선 ‘기술’이 결코 그 자체로 중립적인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기술 과학이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지만, 그것이 인류와 사회의 발전을 곧바로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술은 인간이 원하고 바라는 대로 쓰인다.
회칙은 특히 여기에서 한 가지 명확한 관점을 지적한다. 즉, 기술은 “온갖 기술 지식, 특히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 재원을 확보한 이들이 인류 전체와 온 세상을 강력하게 지배할 수 있도록” 합니다(104항). 기술이 자체의 논리로 자기 힘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며, 모든 이들이 기술의 이용에 참여해 공동선을 위해서 선용 되기보다는, “누구의 손에 이 모든 힘이 주어지느냐”가 중요하고, 소수에게만 기술의 창조성과 힘이 주어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한다(104항). 따라서 회칙은 “올바른 한계를 정하고 바른 자제력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건전한 윤리와 문화와 영성”(105항)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현대인들은 (기술의) 힘을 잘 이용하도록 훈련되지 않았다”라는 문제는 오늘날 ‘기술관료적 패러다임’의 만연으로 더욱 심화된다. 이 패러다임은 기술이나 기술의 창조력과 힘을 소유한 사람들이 권력을 행사하도록 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현실을 기술로 제한 없이 조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패러다임 아래에서 기술의 산물들은, 강력한 힘을 지닌 집단들이 원하는 대로 인간 삶과 사회 구조들을 형성한다.
기술관료적 패러다임은 경제와 정치를 지배한다. 특히 “경제는 이윤을 목적으로 기술의 모든 발전을 받아들인다.”(109항) 회칙은 그러나 시장 자체가 온전한 인간 발전을 보장할 수 없음을 지적하면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기술적 방법에만 의존하는 것은 “실제로는 서로 연결돼 있는 것들을 따로 떼어 생각하는 것이고, 전 세계의 체제가 안고 있는 가장 뿌리깊은 진짜 문제들을 숨기는 것”(111항)이다.
그래서 ‘생태 문화’는 환경 오염이나 자원 고갈 등의 시급한 문제에 대한 부분적인 대처가 아니라, “기술관료적 패러다임의 공격에 저항할 수 있는 새로운 사고방식, 정책, 교육, 삶의 양식, 그리고 영성”(111항)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교황은 ‘대담한 문화적 혁명’을 촉구한다. 기술과 과학을 버리고 석기시대로 되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속도를 줄이고’ 현실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보는 눈을 키우자는 것이다. 나아가, 무조건 ‘큰 것만 찾는 억제할 수 없는 망상’ 때문에 사라져버린 ‘가치들과 위대한 목적들을 회복’(114항)해야 한다.
회칙은 이어서, 현대의 잘못된 ‘인간 중심주의’를 비판한다. 기술적인 사고방식은 우주와 자연의 본래적 가치를 무시한다. 이때 인간은 자연 속에서의 자기 존재를 잘못 이해하게 되고 결국 자기 자신을 해치는 행위를 하게 된다. 하느님은 자연 뿐만 아니라 동료 인간까지도 인간에게 선물로 주셨고,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지배’는 책임 있는 관리의 의미에서” 올바르게 이해돼야 한다.(116항)
그래서 인류 스스로의 쇄신 없이 자연과의 관계에서의 쇄신은 불가능하고, 올바른 인간학이 없이는 올바른 생태가 있을 수 없다.(118항) 잘못된 인간 중심주의를 바로잡는 일은 인간들간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오늘날의 생태 위기는 “현대 세계의 윤리적, 문화적, 영성적 위기의 한 가지 작은 징표”이기에 “모든 근본적인 인간들 간의 관계를 치유하지 않고서는 자연과 환경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119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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