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가 없는 ‘아랫몸’과 아래가 없는 ‘윗몸’으로 살아가는 어이없는 삶. 우리는 이 비극적 삶을 그다지 실감하지 못하며, 굳이 의식하려 하지도 않는다. 70여 년 두 몸으로 살아오는 동안 강산이 여러 번 바뀌었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한 몸이 둘로 동강 난 그때의 통증도 많이 잊혀졌기 때문인 듯하다.
사실 우리는 참 복잡한 세상에서 몹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복잡한 세상살이는 더 각박해져 가고, 그럴수록 우리는 나와 가족의 삶이 전부인 양 주위를 돌아볼 새 없이 쫓기듯 바쁘게 살아간다. 이 같은 삶의 모습은 세대가 바뀔수록 더 뚜렷해진다. 우리 뿐 아니라, 전 지구적인 현상인 듯도 하다. 복잡한 세상에서 몹시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70여 년 전 우리 몸이 두 동간 난 그 당시의 통증을 그대로 느끼거나, 또는 굳이 의식적으로 되살려내어 아파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은 분명 아니다.
우리들 사이에서 굳이 의식하여 되살려내지 않아도 수십 년 전의 아픔을 그대로 느끼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남북 이산가족이다. 이들은 가시지 않는 아픔 속에 살다가 그 상흔을 그대로 안고 너무나 한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있으며, 또 그렇게 떠날까 조바심 내며 안타까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당사자는 전혀 뜻하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몸이 동강나면서 남과 북으로 예기치 않은 이별을 한 사람들이다. 뜻하지 않게 북에 두고 온, 또는 북에 남겨진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평생을 자책감에 눈물짓는 사람들이다.
얼마 전 어떤 자매님이 실향민이었던 자기 아버지의 임종 당시를 이렇게 술회했다. 평생을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고 자책하며 살아오신 아버지께서 곧 숨을 거두실 것 같아서 아버지 귀에 대고 말씀 드리기를, “통일이 되면 꼭 아버지 고향에 가볼게요. 그곳에 꼭 성당을 짓도록 할게요. 편히 가세요”라고 했단다. 그랬더니 임종이 가까워진 환자의 상태를 알려주는 계기판의 수치 하나가 예상치 못한 변화를 보였고, 잠시 후에 아버지께서 편안히 눈을 감으셨다고 한다. 나는 분명 그분께서 따님의 약속에 큰 위로를 받으셨고, 희망을 품으신 채 하늘나라에 오르셨을 거라고 확신한다.
둘로 동강난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의 가족사를 꼼꼼히 살펴보면, 이산가족이 꼭 포함되어 있다. 남북 이산가족이 겪고 있는 아픔과 재회의 바람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며 소망이다. 남북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이 남북한 사회통합의 선결과제라고 할 때, 우리 관심 밖의 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우리 모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
“내가 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망설이지 말고 선뜻 나서보자. 우리에게는 막강한 힘, ‘기도’가 있지 않은가? 좋으신 하느님께서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위를 잘 이끌어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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