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람이는 커서 뭐가 될까요?
어쩌다보니 딸만 둘을 키우는 딸딸이 아빠랍니다. 첫 딸은 북한도 무서워 전쟁 못한다는 중1이고 둘째 딸은 네 살 터울, 이제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두 딸의 이름은 어진이, 어람이. 모두 ‘어진 사람’의 줄임말인데, 말썽 부릴 땐 어진 듯 어진 아닌 듯하지만 그래도 커가며 이름값은 하지 않을까 싶네요.
오직 ‘노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듯한 이 둘째 딸 어람이의 꿈은 화가였습니다. 작은 방 네 벽에 자기가 그린 온갖 그림을 가득 붙여놓고 방문에는 ‘어람 미술관’이라고 간판까지 붙여놨습니다. 가끔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시면 ‘입장료’ 500원씩 받아가며 짭짤한 용돈까지 챙긴답니다. 아빠에게는 ‘당직자’라는 거창한(?) 감투를 씌어놓고 ‘아빠는 당직자니깐 입장료 무료’라고 생색을 냅니다.
그런 어람이가 얼마 전부터 ‘수녀님’이 되겠다고 합니다. 아니 왜? 놀란 아빠에게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냥 수녀님이 좋아서”라고 하네요. 신앙심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던 람이는 미사 때도 내내 장난만 치고, 미사가 끝나면 거의 2시간을 성당 마당에서 친구들과 놀기만 합니다.
성당에 왜 가느냐 물으면 “아빤 그것도 몰라? 당연히 놀러 가지”라며 “오늘도 빨리 가서 놀아야지” 합니다. 아빠는 그런 아이가 너무 귀여워 매주 성당에 일찍 일찍 데려다 주고, 성당에 친구가 한 명도 없을 때까지 한 두 시간을 기다려 태워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또 꿈이 바뀌었답니다. “람이는 커서 수녀님 된다며?” 하니까, “아니. 난 수녀님 안 될 거야. 난 예수님 될 거야” 이 가당찮은 아이의 꿈은 집 분위기를 또 한 번 바꿔놓았습니다. 방 간판이던 ‘어람 미술관’은 ‘가톨릭 전시관’이란 스티커로 바뀌었고, 만화 같은 그림들이 사라진 곳에는 성경 말씀을 나름 폼 나게 비뚤비뚤 쓴 그림인지 낙서인지 모를 종이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우 와~ 우리 람이 예수님 되면 아빠기도 꼭 들어줘야 돼~.”
이 모두는 불과 몇 달 사이의 일이랍니다. 그냥 놀기만 좋아하던 람이가 봄부터 첫 영성체 교리를 시작했고 6월에 ‘첫 영성체’를 했습니다. “영성체 빵 맛있어?” 하면, “아빤 빵이 아니라 예수님의 몸이야. 아빤 그것도 몰라” 하며 생글생글 웃는 어람이는 지난 주일에도 성당에서 잘 놀다 왔습니다.
우리 람이는 커서 뭐가 될까요? 화가든 수녀님이든, 람이만 좋으면 우리 부부는 무조건 좋지만, 그래도 예수님 되는 건 음…. 그래도 이 아이의 가당찮은 꿈이 예쁘기만 합니다.
아빠는 태어나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꿈을 당연한 듯 말하는 람이. 그래도 우리 람이 마음이 예수님처럼 예쁠 것 같아 생각할수록 기쁘고 행복합니다. 우리 람이는 진짜 뭐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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