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썩은 동태 눈알 ― 이십 년 가까이 지났지만 내가 한 이 말을 잊지 않고 있다. 사실 말한 건 같이 걷던 일행이고 나는 곧바로 반대 의견을 냈지만, 얕은 언덕 너머에서 그 사람이 나타났을 때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그러니 저건 내 말이다. 고맙게도 문득 정신이 들었다. “저 사람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중인지도 몰라요. 그 사람 앞에 서면 저 사람도 눈이 밤별처럼 빛날 거예요. 우린 사랑하지 않으니까 불이 꺼진 거죠.” 내가 무슨 말을 한 건가!
돌이키면 짜증과 원망, 의심에 찬 친구들을 많이도 만났다. 그때마다 그날을 떠올리며 그 눈빛이 내 탓이려니 생각했다. 사람들 눈에서 검정을 지울 길은 없었지만, 반짝반짝 빛이 떠오르길 바랐다. 그에게 별이 있다고 믿었다. 마주보지 않던 눈을 마주보고, 독기가 빠지고, 의지하려다가 어느새 그가 우뚝 홀로 서 가는 걸 보았다. 고마운 일이다. 늘 잘되지는 않는다. 오래 애써야 하는 데다 의심받기는 기본, 사람들은 선의가 진짜인지 확인하려고 일부러 괴롭히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그에게서 ‘가장 좋은 그’를 불러내기를, 기다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신앙이란 생사 갈림길이다. 순교는 신앙이 없이 사느니 죽겠다는 것이고, 살아서도 신앙이 제일 앞서는 것이다. 하느님 빼면 시체라 이 말이다. 그러나 하느님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 이 세상 없이는. 그 하느님, 살아서 만나야 구원이다. 주소 적어 편지를 쓰면 그 집에 가지 다른 데 가지 않고, 초인종을 누르면 그 집에서 대답한다. 상대가 선한지 악한지 묻지 마라. 온통 하느님인데, 나는 하느님을 부를지 그 안에서 악마를 불러낼지만 정하는 거다. 별이 보이는 밤도 보이지 않는 밤도 있지만, 까짓 눈 감으면 똑똑히 보인다. 엉뚱한 걸 부른 내 탓일 뿐, 저기 별이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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