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신앙의 증인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시복 추진 작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교황청 시성성이 81위 시복 추진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고 최근 알려왔다. 반가운 소식이다. 81위는 한국전쟁 발발 전후에 순교하거나 실종된 이들이다. ‘순교자’라 하면 18, 9세기 박해시대를 떠올리기 쉽지만 불과 몇십 년 전에 수많은 순교자들이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신앙 때문에 목숨을 잃은 근·현대 신자들에 대한 관심은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각국 교회는 교황청 지침에 따라 20세기 순교자들에 대한 조사 작업을 시행했다. 한국교회는 2009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 조사’를 실시하기로 하고 각 교구에 조사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81위에 대한 시복 법정은 11월 말에 공식 개정한다고 한다. 어려움이 예상된다. 피랍 후 행방불명된 이가 대다수여서 순교 여부가 불확실하다. 이북 지역은 현장조사도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희망은 있다. 공산 치하 순교자들의 경우 공산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죽음을 은폐하거나 유해를 유기한 상황이 인정된다. 또한 죽음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순교했다는 ‘윤리적 확신’만 있으면 시복을 추진할 수 있다는 교황청 관례가 있다. 여기에다가 원로사제 김득권 신부가 1970년대 채록한 평양교구 순교자들과 관련한 카세트테이프도 있다. 주교 2분, 신부 48분, 신학생 3분, 수녀 7분, 평신도 21분이 모두 복자가 되길 바란다.
‘동토에서 하늘까지’. 죽음의 행진. 엄동설한의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오로지 주님 나라만을 생각하고 영면한 순교자들. 근·현대 신앙의 증인들의 노고가 있기에 북녘땅도 차갑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주님께서는 ‘신앙의 증인’들이 흘린 고귀한 피에 충분한 보상을 해 주실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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