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웃으면 복이 온다, 웃는 낯에 침 뱉으랴 말하지만, 소설 「장미의 이름」이 그리는 것처럼 ‘웃음’은 오랫동안 경박하고 주님 수난 공로를 잊은 배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철학자가 「웃음에 대하여」라는 책을 쓰는가 하면(베르그송), 마침내 웃는 건 미덕으로, 웃기는 건 훌륭한 능력으로 대접받기도 했다.
웃음이 비단 즐거울 때만 아니라 슬픔·기쁨·노여움·헛헛함·결의 등 모든 심정을 대변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그 정체가 신비롭기 짝이 없다. 그래도 웃음하면 으뜸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기쁨이다. 웃음도 기쁨을 표현하지만, 기쁨 역시 웃음을 가장 잘 표현해 준다.
웃음은 심장·폐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사람 몸에 귀하지 않은 게 없지만 심폐는 생명 자체와 직결된다. 심장은 몸 안에서 몸 전체가 스스로 관계 맺게 한다(피돌기). 폐는 몸밖의 세계와 최소한의 관계를 맺는다(숨쉬기). 둘 다 생명을 유지하는 기본 활동들이다. 심폐가 무언가를 맞닥뜨려 새거나 터져 나오는 게 웃음이다.
복음사가들은 그리스 말로 ‘복음’(기쁜소식)을 쓰면서 ‘살루스’(Salus)를 ‘구원’으로 삼았다. 살루스는 ‘건강’이다. 여기선 관계성이 강조되는데 결국 하느님과, 이웃과, 제 삶과 올바르게 관계 맺는 것을 구원이라 일컫는다. 의롭다는 건 하느님과 바른 관계에 놓이는 것이고 애덕을 비롯한 덕들은 이웃과 바른 관계를 일구도록 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모든 감정이 나름 몫을 지녀 함께 ‘Team Happy’(행복팀)를 이룬다.
희로애락 어떤 감정이든 개의치 마라. 우리가 그것을 올바로 대하면, 함께 온전해져 그만 웃게 될 것이다. 믿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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