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을 맞은 올 광복절은 유난히 더웠다. 가만히 서 있어도 숨이 가빴고,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햇볕은 따갑고 습하기까지 하니 불쾌지수는 말도 못하게 높았다. 다른 사람의 살이 닿기만 해도 짜증이 날 그런 날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억하며 솔뫼성지와 해미읍성에 모인 이들의 얼굴에서는 불편함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전교구 청년축제 참가자들은 교황의 메시지에 포함된 단어들을 찾는 ‘세상 속으로’ 미션을 열심히 풀기 위해 해미읍성 전통시장 구석구석을 뛰어다녔다. 길거리에 주저앉아 교황 메시지를 살펴보는 청년들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뭐가 신나는지 얼굴은 싱글벙글이다.
‘프란치스코 데이’에 참석하기 위해 솔뫼성지에 모인 신자들은 본인도 땀을 흘려가면서도 더위에 지친 옆 사람을 위해 부채를 부쳤다. “아이고, 더운데 나 때문에 미안해요.” “아닙니다. 괜찮아요”라는 훈훈한 인사가 성지 아레나 광장에서 오고 갔다.
무엇이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들었고, 이웃을 위해 희생하게 만들었을까? 이들은 모두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억하고, 그의 메시지를 되새기고자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이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당부했던 교황의 메시지를 실천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들에게는 더운 날씨에도 웃지 못할 이유도, 이웃을 위해 희생하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해 이맘때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없지만 그의 메시지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우리 마음속 작은 씨앗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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