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키우는 고양이 둘은 싸우다가도 어느새 서로 핥아주고, 잘 때면 꼭 붙어 잠이 든다. 해방과 기쁨을 선포하는 희년(禧年)을 저들은 매일 밤 누리고 있다. 반면 우리는 언제부턴가 온 국민이 서로 견디기 힘든 사이가 되어가는 것 같다. 분단, 지역감정, 노사갈등, 정쟁 등 말하자면 끝도 없지만, 기묘한 갈등도 있다.
“선배님들, 일자리 나누시죠”라며 청년들은 노조의 입구에서 일인 시위를 한다.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은 어느새 세대 갈등이 됐다. 아버지에게 아들이 “그만 욕심부리고, 내 것도 내놔라” 하는 격이다. 세상 모든 부모들처럼 자식들 위해 헌신하고 희생했는데, 그 결과 이 땅의 자식세대들은 행복해지기는커녕 부모세대를 증오하고 원망한다.
기억 속 강의실이 떠오른다. 모세오경을 강의하시던 신부님께서 물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뭐야?” 여러 답변이 나왔지만 이러신다. “기득권.” 두 번째, 세 번째 무서운 것도 물으시는데 전부 답은 “기득권”이라신다. 사는 날이 늘어나니 그 말씀이 더 새롭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시체 장사한다며 손가락질하고, 누가 이웃의 아픔에 관심을 가질라치면 여지없이 정치하려느냐고 눈 흘기는 세상에서 진작 예상했어야 했다. 신자 수가 꾸준히 늘면서도 우리는 신앙 없는 사람처럼 제 앞가림에만 바빴다. 작은 기득권을 쌓아가며 만족하려 눈감았다. 마침내 가장 큰 유산, 무관심으로 일구어낸 이 사회를 물려주고 있다. 자녀들의 배신감과 절망감을 짐작할만하다. 나는 눈 뜬 장님이었다. 이제 어떻게 할까? 어리석은 나는 기도밖에 길이 없다.
“주님의 영이 내게 내리셨으니… 억눌린 이들을 풀어 보내고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시려는 것이로다”(루카 4,18-19 이사 6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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