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은 “공화국에서처럼 여성들을 위한 법령과 법규가 많고 사회적 시책들이 끊임없이 베풀어지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북한이야말로) 여성들의 천국”이라며, “남성과 여성 간의 평등은 사람들에게 이제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릴 정도로 실현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사실 북한 여성 관련 법·제도의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
북한은 정권 창립 이전에 ‘남녀평등권에 대한 법령’을 제정했다. 정권 창립 이후에는 사회주의 헌법을 비롯한 다양한 법을 제정해 여성의 정치적·사회적 역할을 보장했다. 아울러 북한은 호적제도 폐지 뿐 아니라 국가에 의한 자녀양육제도 시행 등 제도적 정비와 함께 가사노동의 사회화를 통해 여성의 평등한 사회 진출 여건을 보장했다.
실제로 북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은 당국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그다지 향상되지 않았다. 봉건적 가부장 질서에서 형성된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의식도 그대로 남아 있다. 가정에서 차지하고 있는 오늘날 북한 여성의 지위도 북한의 법·제도가 표방하는 남녀평등과는 크게 다르다.
지난 1990년대 이래 식량난을 비롯한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가사와 자녀양육의 사회화 시책이 축소됐고, 가정에서 가사와 양육분담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북한 여성들의 대부분은 과도한 노동 부담에 시달리고 있으며, 특히 식량문제 해결과 관련한 가사노동의 양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남존여비관과 가부장적 의식이 팽배해 있는 북한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문제시되지 않는 편인 데다 오늘날 거의 일상화가 됐다. 대부분의 일반주민들은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으며, 심지어 여성들 스스로도 문제의식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 절망적인 사실은, 여성들을 낮게 대우하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로 인해 여성들이 성폭력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실태는 북한사회에 널리 확산되어 있는 남성 위주의 성에 대한 그릇된 통념과 여성에 대한 경직된 순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학교와 사회의 성교육 부재도 원인 중 하나다. 북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경제난의 악화로 인해 여성들이 가족부양을 떠맡게 된 이후로 보다 더 심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여성 인신매매와 강제 성매매 사례도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관련해 가정폭력의 심각성도 제기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북한사회에서 가정폭력은 단순한 가정문제로 치부되기 일쑤다. 아무리 가정폭력이 발생해도 법적으로 전혀 통제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이는 곧 북한에서는 가정폭력이 여성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