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에서 살 때였다. 담당 신부님은 마을과 마을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뿐 통 전교할 뜻이 없어 보였다. 당신이 다가가 마을 사람들과 같은 삶을 살고자 기술을 배우고 직접 노동하여 벌기까지 하셨다. 어쩌면 시련을 자초하신 것이고, 다르게 보면 본연의 임무를 게을리하시는 것이고.
주일 미사를 봉헌할 때면 신자가 아닌 마을 사람들도 찾아와 앉았다. 그들은 성체를 영하는 대신 각자 기도했다. 성경을 따로 읽거나 교리 공부를 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더러는 세례받기를 청했고, 신자가 되는 이들이 꾸준히 나왔다. 그들은 왜?
성경은 첫머리부터 모순이 가득하다. 창세기 1장에서부터 튀어나오는 모순과 결함, 잔인한 신의 모습이 때론 진저리쳐진다. 신약에 와서는 버림받는 나약한 신, 사람의 아들의 비참한 죽음 등이 목격된다. 그럼에도 마음에서 감읍하고 신앙을 간직하는 이유는 거기서 느낀 하느님, 아울러 우리와 같은 살과 피를 지니고 사신 예수의 인격 때문이다.
다른 신앙을 가진 이와 만날 때, 혹은 무신론자를 대할 때, 나는 그들의 세계가 궁금하다. 신념이 다른 사람들과는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로서 만나고 경험된다. 나는 그들을 지켜보며 어느새 그들을 넘어 그들이 속한 세계가 참인지 거짓인지를 가늠해본다.
삶이 이야기라면 세례는 마침표가 아니라 따옴표를 여는 일이다. 임종으로 그 따옴표를 닫기까지, 그리고 닫은 후에도 사람들은 나를 보며 가톨릭 신앙이 참된 신앙인지를 읽는다. 저편에 서서 나를 보면 무엇이 보일까? 그들은 이 세계로 들어오고 싶어할까?
“당신들이 내 말 속에 머물러 있으면 참으로 내 제자들입니다.”(요한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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