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톨릭문화원과 민병훈 필름이 제작한 영화 ‘사랑이 이긴다’ 시사회 참여 후 가슴이 먹먹해졌다. 영화 제목은 분명 사랑이 이긴다고 했는데 내용은 딴판이다.
엄마에게 떠밀려 오직 공부만 해야 하는 여고생 수아와 성공한 엘리트 의사지만 성격에 문제를 가진 아버지 상현,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딸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엄마 은아가 그려내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암울하다. 더욱이 가슴이 먹먹해진 것은 이러한 가족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엄마의 인정을 끝내 받지 못한 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내의 인정을 받지 못한 남편은 분신을 시도했다. 엄마는 울면서 후회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영화는 파멸의 가정을 그리면서 영화의 주제인 ‘사랑’이 없이는 아무것도 아님을 역설적으로 외치는 듯하다. 딸과 남편이 원했던 것은 커다란 범주에서 보면 사랑이었을 테지만, 그보다 앞서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절실했다.
삶의 안식처인 가정의 모습이 이럴진대 우리 사회의 모습은 굳이 말할 것도 없다. 학교와 직장, 종교 안에서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사랑이 없는 말 한마디의 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고 떠나가는가. 상대에게 뚜렷이 원하는 바가 있는 경우를 빼놓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따뜻한 말 한마디’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사랑의 불을 지르기 위해서는 작은 불쏘시개만큼의 사랑부터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랑이라는 크나큰 범주를 말하기 이전에 나 자신을, 가까운 이들을 위한 따뜻한 말 한마디를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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