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즐겨 보는 TV프로그램이 있다. 시청률이 높다고 해서 호기심으로 처음 채널을 돌렸을 때는 어린 아이들을 ‘상품화’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어느 때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그 프로그램을 찾아보게 됐다. 여전히 거부감이 없지는 않으나 즐겨 찾아보는 이유는 단 하나다. 어린 아이들의 솔직한 생각과 꾸밈없는 말과 행동, 순진무구한 표정이 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귀엽고 예쁜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 짓다가도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탄식이 새어 나온다. 보고 있던 화면에 다른 화면이 겹치는 순간, ‘오버랩’(overlap) 되는 순간이다. 이것도 직업병일까? 겹쳐지는 화면에는 북녘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아동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유린당하고 침해당하며 사는 아이들, ‘꽃제비’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북한당국은 “창건 초기 이래로 어린이들은 나라의 미래이자 나라의 ‘왕’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변함없이 유지해 왔으며, 관련 법과 제도를 통해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역설한다. 북한은 유엔(UN) 아동권리협약에도 가입했고 세 차례에 걸쳐 아동권리 이행 보고서도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경제난과 극심한 사회통제 아래 북한의 아이들 대부분이 당국의 보호를 받기보다는 방치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많은 아이들이 만성적인 기아와 영양실조로 인해 생명을 위협당하고 있다. 관련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은 양강도 등, 북·중 접경지역에서 보다 더 심각하다. 또한 아이가 있는 북한 여성의 약 30%가 빈혈증세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어머니들의 영양실조가 어린이 영양실조의 주요 요인들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다. 최근에는 북한 아이들이 마약 복용으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사례가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식량난이 야기한 부모에 의한 자녀유기 또는 부모의 사망, 극심한 굶주림 등으로 집을 나와 떠돌아다니는 ‘꽃제비’들은 구걸, 도둑질 등을 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해간다. 이들 가운데는 인신매매꾼에게 유인당해 중국으로 팔려가거나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여자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북한당국은 “어린이는 무국적자일 수 없으며 국가의 보호 없이 방치될 수 없는 바, 부모 중 하나가 조선인이면 시민권은 자동 부여된다”고 공식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한족 또는 조선족과 가정생활을 하고 있는 탈북여성들의 경우 이들의 ‘결혼’은 법적으로 인정된 혼인관계가 아니라 인신매매에 의한 매매혼, 소개에 의한 사실혼 관계 등이므로 출산한 아이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아이들은 출생신고와 국적 취득, 교육 및 보건과 관련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북한당국이 이를 방치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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