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리오니가 쓰고 그린 「잠잠이」(Frederich)는 특별한 쥐를 소개한다. 그는 봄·여름·가을 동안 다른 쥐들과 달리 가만히 서 있곤 한다. 빛을 모으고, 소리를 모은다며. 마침내 겨울이 되고 처음에는 비축한 식량으로 풍족히 지내던 쥐들은 차츰 춥고 배고프고 답답해한다. 그때 잠잠이를 기억해낸다. ‘네가 모은 빛은? 온기는?’ 하며 물은 것이다. 그러자 잠잠이는 생생한 언어로 쥐들을 따뜻하게 하고 배부르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쥐들은 감탄하며 외친다. “잠잠이, 넌 시인이야!” 그러자 잠잠이는 수줍게 “나도 알아”라고 대답한다.
헤르만 헤세는, 비록 사람들이 많이 잊었지만 ‘여전히 언어는 마법’이라고 했다. 사실 언어를 이야기하자면 그리스도교는 할 말이 많다. 말씀으로 창조하심과, 무엇보다 하느님이시며 구세주이신 그리스도가 바로 ‘살이 된’ ‘말씀’이기 때문이다. 니케아 신경은 ‘창조되지 않고 나시어’라고 고백하여 이 말씀이 피조물이 아니라 하느님 자신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언어-말씀은 무수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와 만난다. 희랍어 뮈토스(mythos)를 흔히 ‘신화’로 번역하지만 워낙은 그저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해석 틀을 제공하며 행동 지침을 마련해 준다. 즉, 우리가 간직한 이야기가 우리 삶을 만든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보고 이야기 안에서 서로를 전달하며 이야기와 함께 행동하기 때문이다. 흔히 신앙을 복음을 따르는 삶이라 부른다. 하느님은 시인이고, 우리가 복음을 따를 때 우리는 그분의 시다. 복음의 이야기에 자기를 비추어 보고 복음의 이야기를 자기 인격과 생활로서 육화하면, 우리는 진실로 서로를 이해하고 깊은 형제애를 느낀다. 우리는 하느님의 시, 이야기로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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