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동에 와서 느낀 것 중에 하나는 교통사고가 많다는 것이다. 차도 더 많고 교통도 복잡한 서울보다도 훨씬 많은 것 같다. 차가 적어 속도도 더 내고 교통법규에도 느슨한 탓인지 모르겠다. 성당 정문 앞에서도 위험천만한 불법 좌회전이 많다. 이를 막는 봉이 1년째 망가져 있는데 구청에 여러 번 민원을 넣어도 계획에 없어서 고쳐줄 수가 없다는 대답이다. 보니까 파손된 봉이 곳곳에 많은데 이를 보수하지 않고 구간별로 멀쩡한 봉들까지 일괄 교체하고 있었다. 구청에서는 도로의 안전보다는 미관에 더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 주보에 공지를 하고 미사 중 공지시간에도 교통안전을 강조했지만 몸에 배어있는 안전의식의 문제라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무단횡단 등 보행자의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운전자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엄청난 무게와 속력을 지닌 위험한 물건을 움직이고 있는데 대한 책임이다. 마음만 먹으면, 아니면 실수로도 사람의 목숨을 쉽게 앗아갈 수 있는 이런 물건이 - 또 실제로 많은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 이토록 널리 보급되어 있는 것은 자동차가 가져다주는 ‘효율성’에 우리가 저항할 수 없는 까닭일 것이다. 운전을 배울 때나 초보 때에는 고생을 좀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그 후에는 여유를 가지고 운전을 할 수 있으니 자동차를 만든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운전을 하는 우리들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대부분의 경우 혼자서 자동차를 타기에 운전 중에는 상당히 집중하는 편이다. 길치인 까닭에 네비를 항상 켜고 다니며 지시에 충실히 잘 따른다. 그래도 장거리 운전을 할 때에는 여유가 있어서 생각할 시간이 많다. 그중 많은 부분은 지금 하고 있는 운전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운전을 잘하고 있나?’ ‘운전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운전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들이다. 지나가는 차들을 보면서, 그들의 운전 습관이나 방식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들이 일어난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위험하게 운전할까?’ ‘저 사람은 왜 깜빡이를 켜지 않을까?’ ‘저 사람은 왜 1차선을 막고 서행할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운전이란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는 것이 아닐까?’ 그전에는 잘하지 못했던 생각이다. 각자 운전하는 목적이 있고 행선지가 있지만 같은 길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각자가 안전하고 빠르게 행선지에 도착한다는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해야 하는 것이다. 운전을 하다 보면 다른 운전자들이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것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각자의 사정을 갖고 있지만 최선을 다해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동료라는 사실을 말이다. 각자의 필요 때문이기도 하지만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협력이 꼭 필요하다.
세상살이와 마찬가지로 운전을 하면서도 우리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 그리고 배려가 부족하다. 이는 서로를 이웃이요, 동료요, 협력자로 보기보다는 경쟁자요 장애물로, 심지어는 적으로 생각하는 까닭이다. 서로를 잘 알지 못하면서도 쉽게 판단하고 배척한다. 운전을 하면서 화를 낸다면, 다른 운전자가 미워진다면, 내가 어떤 마음으로 다른 운전자를 생각하고 있는지 짚어보아야 한다. ‘누가 나의 이웃입니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들려주신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와 다른 이, 특히 어려움에 처한 이의 이웃이 되어주라는 말씀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운전을 할 때마다 나의 상황도 조금씩 다르다. 시간이 급할 때도 있고 몹시 피곤할 때도 있다. 길이 심하게 막힐 때도 있고 다른 운전자의 운전이 심하게 거슬릴 때도 있다.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나는 한 번의 인생 연습을 한다고 생각한다. 남을 배려하고 믿고 사랑하면서 안전하고 즐겁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연습이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나의 이웃으로 보고 이웃이 되어주는 연습, 보이지 않는 그들의 사정을 배려할 수 있는 연습, 세상 사람들이 모두 어려운 삶을 서로 협력하고 도와주면서 함께 살아가는 동료요 협력자라고 믿고 그들을 사랑하는 연습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그러면 우리의 인생도 조금 더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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