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기자 시절 서로 알고서 평생을 함께 걷는 도반들을 오랜만에 당산역 근처 횟집으로 불러냈습니다. 퇴직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앞서 나간 친구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던 거죠. 문주(文酒) 세월을 함께한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기고만장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자그마한 출판사를 하는 J는 연예와 문학을 담당하던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한때 베스트셀러 작가였죠. 잘나갈 때 그는 남들 10년 연봉을 1년 인세로 벌었습니다. 덕분에 우리 술자리도 거나했고요, 하지만 무신론자인 그는 칠죄종(七罪宗) 중 하나인 미색에 빠져 가산을 탕진했습니다. 이젠 신자인 양처 치하에 숨죽여 살며 진짜 양서만 씁니다. 어쭈! 이 친구 갑자기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날 바꿔주는, 예전에 안 하던 짓거리(?)를 합니다. 그가 하느님이 주신 재능을 제 것처럼 여기며 교만했지만 이젠 그렇지 않을뿐더러 곧 입교할 것 같다고 자매님이 귀띔하네요. 하룻밤 원고지 200장 필력의 골초 로맨티시스트 편집장 S도 미색으로 헤맸던 일을 안주 삼아 나눕니다. 그는 조선 토종닭을 복원해 숲 속에 풀어놓고 아내와 알콩달콩 삽니다.
둘 모두 소득은 예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줄었지만 더 해맑고 훨씬 여유롭습니다. 담배는 끊은 지 오래고 술은 이틀에 한 번 소주나 막걸리 한 병 정도로 제한한다나? 어쩐다나? 불콰한 귀갓길 전철에서 인생 연착륙을 구상하면서 진인사대천명을 음으로 6행시를 휘갈겨봅니다. 진,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자. 인, 인정사정없이 담배를 끊자. 사, 사랑하자. 대, 대범해지자. 천, 천주님께 의탁하자. 명, 명을 재촉하며 살지 말자. 특히 재물 때문엔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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