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 합의에 따라 남북한이 오는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양측 100명 규모의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했다. 컴퓨터 추첨 결과 금강산행 티켓을 손에 넣은 이산가족들에게는 올해 추석이 어느 해보다도 뜻깊은 명절이 될 것 같다. 그러나 남북한 적십자 당국간 실무접촉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과거에 비해 순탄치 않았다. 2014년 2월 상봉 당시 실무접촉에서는 불과 4시간 반 만에 결론을 냈다. 그러나 이번 실무접촉 합의는 무박 2일에 24시간 가까이 걸렸다. 북측은 8·25합의에서 약속한 대로 올해 추석을 계기로 한 상봉을 위한 실무협의에 집중하자고 했고 남측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조치 마련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남측은 이를 위해 전면적 생사확인을 위한 명단 및 주소 교환, 상봉 정례화, 서신 교환과 화상 상봉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양측 입장 차이의 이면에는 이산가족 문제를 바라보는 남북한의 근본적 시각차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는 이산가족 상봉을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순수한 인도주의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한 달에 수백 명씩 눈을 감는 고령 이산가족들이 살아있을 때 북에 두고 온 피붙이들을 만나고 고향의 흙을 만져보게 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그러나 북한의 속내는 다르다. 북한은 과거 월남한 이산가족들에 대해 ‘공화국을 등진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어 놓았다. 북한 내 이산가족들도 대부분 성분이 좋지 않은 계층 출신이다. 숨어사는 경우도 있다.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할 때마다 적지 않은 인력을 동원해 일일이 이들을 찾아내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에게 옷을 사입혀야 하고 남측 가족을 만났을 때의 행동요령을 포함한 사상교육을 시켜야 한다. 북측의 가족을 만났던 남측의 이산가족들은 현장에서 전해들은 귀엣말을 토대로 이런 과정에만 한달은 족히 걸린다고 전한다.
북한은 남북대화가 진행될 때 이산가족 상봉에 따르는 비용 문제를 슬쩍슬쩍 꺼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과거에는 이산가족 상봉 이후 쌀이나 비료 지원이 뒤따랐다. 이산가족 상봉의 대가는 아니었지만 이심전심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우리가 현재 요구하고 있는 이산가족 화상상봉은 2007년까지 일곱 차례나 진행됐다. 화상상봉을 통해 무려 3700여 명이 화면으로나마 가족을 만났다. 대략 남북한 사이에 쌀과 비료가 오가던 시기와 일치한다.
박근혜 정부는 인도주의적 원칙을 내세우지만 이러한 이심전심에 동조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합의한 대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적십자 본회담이 열리게 되면 인도주의만으로 북한을 설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껄끄러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식을 요구하는 박근혜 정부의 묘수를 기대해 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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